“역대급 대기록 작렬”…최정, 10년 연속 20홈런→SSG 역전승 완성
눈부셨던 구장은 어느새 숨을 죽였다가 다시 환호로 들끓었다. 모두의 시선이 모여든 9회초, 최정이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고, 타구가 천천히 담장 너머를 그렸다. 또 하나의 이정표가 찍힌 순간, SSG 팬들의 가슴엔 전율이 자리했다.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11일 경기에서 SSG 랜더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8-4로 꺾고 극적인 역전승을 올렸다. 3위 SSG와 5위 삼성의 치열한 맞대결, 승부는 쉽사리 기울지 않았다.

SSG는 2회 류효승·최지훈·고명준의 연속 안타로 우위를 선점했지만 삼성의 김지찬, 디아즈, 김영웅이 잇달아 점수를 올리며 4회 1-3으로 역전당했다. 5회 삼성 양도근이 기습 번트와 도루로 추가점을 내며 점수차는 벌어졌다. 그러나 SSG는 포기하지 않았다. 6회초 안상현의 번트 안타와 한유섬의 적시타, 류효승의 2타점 2루타로 3-4까지 따라붙었다.
경기의 분수령은 8회초 등장했다. SSG는 만루에서 최지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곧이어 고명준의 땅볼 타구에 채현우가 득점하며 5-4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9회초, SSG 공격이 이어졌다. 안상현이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7-4로 달아나자 원정석의 환호가 더 뜨거워졌다. 이어진 타석에서 최정은 이승현의 143㎞ 직구를 왼쪽 담장 밖으로 날려버리며 개인 시즌 20호, KBO리그 최초 10년 연속 2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날 최정은 2016년부터 이어진 홈런 행진을 쉼 없이 지속하며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마운드에서는 베테랑 노경은의 뚝심이 빛났다. 8회말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1이닝을 무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KBO리그 첫 3년 연속 30홀드 기록을 세워 팀 승리에 힘을 더했다. 반면, 삼성 디아즈는 홈런 1개를 추가해 시즌 45호를 기록하며 외국인 선수 역대 최다홈런(48개)에 3개차로 접근했다.
SSG는 이번 승리로 준플레이오프 직행의 유리한 여건을 마련했고, 플레이오프권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갔다. 삼성은 5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누군가는 오늘 장면을 두고 '기록의 밤'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열기와 긴장, 그리고 묵직한 감동이 담겼던 이 한 경기. 팬들은 손에 땀을 쥐며 숨죽인 마지막 순간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SSG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열망은 경기장의 함성에 실려 계속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