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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깎인 절벽, 전나무 숲길”…변산반도의 비경에서 찾는 여름의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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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깎인 절벽, 전나무 숲길”…변산반도의 비경에서 찾는 여름의 쉼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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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시선이 ‘깊은 자연’으로 향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낯설고 한적한 바다, 또 누군가에겐 오래된 숲길이 있는 곳. 한 여름 부안 변산반도를 걷는 길은 그만큼 천천히, 내 마음의 결을 만지는 일이 됐다.

 

7월 셋째 주, 부안에선 최고 28도, 최저 22도의 선선한 바람이 돈다. 가장 많이 손에 꼽히는 명소는 채석강. 겹겹이 쌓인 퇴적암 절벽과 해식동굴이 파도에 깎여 수만 권의 책을 포개어 놓은 듯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썰물 때면 바위들 사이를 산책하며, 시간을 이어온 바다가 남긴 흔적을 눈에 담게 된다.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박갑열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박갑열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숲과 백사장이 어우러진 격포해수욕장과 변산해수욕장이 펼쳐진다. 그곳에선 갯벌을 맨발로 밟고, 송림 사이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휴식과 체험, 그리고 각자의 취향이 조용히 섞인다.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도 이 계절의 선물이다. 고즈넉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을 종종 느끼게 된다. 대웅보전 같은 문화재와 마주하는 순간, 깊은 역사의 결이 나와 맞닿는 듯하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내소사 숲길에선 걸음을 늦추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표현했다.

 

부안과 군산을 잇는 새만금 방조제의 길도 특별하다. 차창 너머 펼쳐지는 드넓은 바다와 방조제 위 전망대, 그 사이사이 쉬어 가는 휴게소는 감탄과 여유를 동시에 준다. 직접 운전해 본 이들은 “평범한 드라이브가 여행이 되는 곳”이라 고백한다.

 

변산 마실길을 따라 걷는 이들도 많아졌다. 해변과 숲, 갯벌이 교차하는 이 길의 매력은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후기로 이어진다. 1코스를 따라 변산해수욕장, 채석강, 내소사를 잇는 여정은 변산반도의 핵심을 조용히 품는다.

 

숫자로도 이 변화는 보인다. 최근 자연친화적 코스나 걷기 좋은 숲길에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인스타그램엔 채석강이나 내소사 인증 사진이 흔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자연과 나를 가깝게 하는 여행의 태도”라 해석한다. 한 여행칼럼니스트는 “오랜 시간 쌓여온 자연의 결 속에서 사람들은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작은 위로를 얻는다”고 감탄했다.

 

줄포만 갯벌생태공원과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직소폭포, 과거로 여행하는 기분의 영상테마파크까지. 한 여름의 부안은 가족 단위 나들이부터 혼자만의 여행까지 모두를 품는다. 그만큼 “늘 지나쳤던 풍경이 이번엔 다르게 다가온다”는 감상이 많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변산반도의 여름은 바다와 갯벌, 그리고 숲길 위에서 각자의 쉼을 찾는 여정으로 남는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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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변산반도#채석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