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8천억 원 축소”…SK하이닉스, AI 메모리 호황에 재무구조 개선
SK하이닉스가 2024년 상반기 인공지능(AI) 메모리 분야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8,410억 원의 차입금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 7조 원 이상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AI 특화 제품의 미국 향 매출이 급증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총 차입금은 21조8,4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5조2,279억 원)보다 3조3,869억 원 줄어든 규모다. 회사는 전년 한 해에도 차입금을 29조4,686억 원에서 22조6,837억 원으로 대폭 감축한 바 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6조9,623억 원으로 1년 전(9조6,880억 원) 대비 7조272억 원 증가했다. AI 메모리 기반 실적 개선과 현금흐름 개선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SK하이닉스의 매출은 39조8,711억 원, 영업이익은 16조6,534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HBM은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해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매출 비중이 급등했다. 상반기 미국(미국 고객) 매출은 27조8,344억 원으로 전체의 69.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3.4%) 대비 6%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로, 최근 4년 간 39~53%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반면 중국 매출은 8조6,061억 원에서 7조3,650억 원으로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판매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도 극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상반기 매출은 24조7,493억 원, 순이익은 1,469억 원으로 1년 전 대비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연구개발(R&D)과 투자도 크게 확대됐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3조456억 원, 시설투자비는 11조2,490억 원으로 전년 동기(5조9,670억 원) 대비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수요 가시성이 높고 수익성이 보장된 제품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준용 SK하이닉스 HBM사업기획 부사장은 “최종 사용자의 AI 수요가 매우 확고하고 강력하다”며 AI용 특수 메모리 칩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와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과 순익이 2023년 역대 최대치(매출 66조1,930억 원, 영업이익 23조4,673억 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HBM 등 AI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며 실적과 수익성 회복세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는 청주 M15X,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생산능력 확장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메모리 수요가 이어지고, 생산능력 증설 여부가 실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향후 정책 방향과 시장 흐름은 AI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 투자 전략, 글로벌 경기 변수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