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거주 캡슐 가시화”…딥, 해저 탐사 혁신 예고
해저 탐사와 장기 체류가 가능한 수중 거주 시설 기술이 새로운 해양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해양기술 기업 딥(DEEP)은 지난달 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신형 수중 거주 캡슐 ‘뱅가드(Vanguard)’의 초기 모델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해저 생활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업계는 이 수중 거주 시스템이 해양 생태계 보호와 과학 탐사의 ‘플랫폼 경쟁’을 가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딥이 개발한 뱅가드는 최대 수심 50m에 설치할 수 있으며, 현재는 스쿠버 다이빙 접근이 가능한 20m 수심에서 최초 운용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이 시설은 길이 12m, 폭 3.7m로, 내부에 침실·식당·조리 공간·다이빙 센터 등 장기 체류를 위한 인프라가 집약됐다. 최대 4명이 동시에 숙식과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수압 방지 구조로 설계됐고, 수면 위에는 전력과 통신, 압축 공기 등 지원 모듈이 연결됐다.

기술적 핵심은 외부 환경 변화 대응력과 모듈화된 기능 확장성에 있다. 해저에 고정된 다이빙 센터와 연계해 파도, 폭풍 등 악조건에도 거주자 안전을 담보한다. 기존의 단순 해저 관측 구조물은 단기 체류나 실험 위주였다면, 딥의 뱅가드는 상주 인원과 다양한 실험·연구를 동시에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주요 활용 분야는 산호 복원, 해저 생태계 장기 모니터링, 신약·신소재 연구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장기간 해저 환경에서의 인체 반응, 미생물 생태 모니터링 등 분야에선 기존 해양 플로트나 잠수정 대비 우위가 부각된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해저 실험실 ‘아쿠아리우스’와 프랑스·일본의 심해 탐사 캡슐 등이 일부 시설을 운용 중이지만, 상업적·연구용 수중 복합 거주 방식 채택은 드물다. 딥은 최대 200m 수심까지 확장 가능한 차세대 모델도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 탄력성 역시 새로운 산업 변화를 예고한다. 현재는 연구·관측용 거주에 한해 각국 해양법 및 안전 기준 적용을 받으나, 장기 체류 및 상업적 활용 시 추가 안전 인증과 해상 환경영향평가, 통신·에너지 관리 등 다중 규제가 예상된다.
딥 최고기술책임자 노먼 스미스는 “탐사되지 않은 수심대 접근과 과학적 활용 기회의 확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해양 연구·보전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