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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중동 불안 속 ‘공급 과잉’ 경고”…국제 원유시장 흔들→투자 불안 깊어진다
국제

“IEA, 중동 불안 속 ‘공급 과잉’ 경고”…국제 원유시장 흔들→투자 불안 깊어진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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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기운이 짙게 깔린 6월, 국제 원유시장은 또다시 새로운 지점에 다다랐다. 세계 곳곳에 떠오르는 중동의 불길한 조짐도, 어딘가 냉철하게 흘러가는 석유 공급의 파도 앞에서는 잠시 멈칫하고 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세계의 원유 탱크가 수요를 훌쩍 넘길 것이라며 한 장의 경고장을 내밀었다.  

IE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하루 1억490만 배럴에 이른다. 전년도에 비해 증산 기조는 확고하며, 비OPEC+ 산유국까지 하루 140만 배럴에 달하는 추가 투입이 예정돼 있다. 반면, 뒤따라야 할 수요는 하루 1억380만 배럴에 머물러, 연중 내내 110만 배럴가량의 공급 초과가 지속될 기미다. 재고는 지난 2월부터 하루 평균 100만 배럴씩 점차 늘고 있으며, 단 한 달 새 늘어난 양만 해도 무려 9,300만 배럴에 달한다. 그럼에도 전 세계 석유 재고 총량은 지난해와 견주어보면 여전히 9,000만 배럴 낮은 수준에서 유영하고 있다.  

공급이 쏟아지는 까닭은 명확하다. OPEC+ 산유국들이 오랜만의 감산의 끈을 느슨하게 풀며, 각국이 점진적으로 증산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OPEC+ 연합의 활발한 증산, 그리고 신규 프로젝트의 결실이 시장에 비치는 그림자는 한층 더 길어졌다.  

반대로 수요는 기대와 달리 저조하다. 중국과 미국 양대 경제권에서의 소비 가라앉음이 두드러지고 있다. IEA는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72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점쳤지만, 그 수치는 불과 몇 달 전 전망치보다도 낮다. 바로 이 수급 불균형이, 시장의 불안 곡선을 완만하게 펼쳐 올리고 있다.  

중동 곳곳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은 석유시장을 가로지르는 먹구름이다.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서 실제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으나, 아직까지 이란 원유의 즉각적인 흐름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IEA는 향후 5년간 세계 원유 시장도 ‘공급의 파도’가 이어질 것이라 내다본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250만 배럴 늘어나지만, 공급은 무려 500만 배럴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와 고속철, 가스 트럭 보급 가속화에 따라 향후 2027년께 원유 소비는 정점을 찍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그리고 불안의 수위를 가늠하는 각국 정부들에게, 올 한 해도 재고 추이와 산유국들의 정책 변화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변수로 떠오른다. 중동의 그림자와 세계 시장의 넘치는 물줄기. 그 교차점 위, 긴장의 리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올해 원유 공급, 수요 초과 전망…IEA “중동 긴장에도 공급과잉 지속”
올해 원유 공급, 수요 초과 전망…IEA “중동 긴장에도 공급과잉 지속”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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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원유시장#중동리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