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차기총리 선호도 1위 방한”…고이즈미 농림수산상, 한일 관계 재개발 물꼬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일 양국에서 외교 무대의 중심 인물이 만난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9일부터 11일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식량안보장관회의(APEC) 및 한중일 농업장관회의 참석차 공식 방한한다. 이번 일정은 일본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진론이 확산되는 정국과 맞물리면서 고이즈미 상이 일본 차기 총리 선호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상징성이 크다.

외교부는 8일 이번 방한 소식을 전하며,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조현 외교부 장관과 11일 면담을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외국 부처 장관과 우리 외교장관의 단독 면담은 이례적이지만, 정부는 “더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고위급 교류의 일환”이라며 양국 간 실질 접점 확대에 무게를 뒀다.

면담 의제는 공식적으로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이슈가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수산물 규제 문제는 일본 측 관심 현안”이라며 “이 사안이 공식 거론될 경우 우리 기본 입장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일 간 무역 현안이 부각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일본 집권 자민당 소속이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중진 정치인으로서 차기 총리 후보 1위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이시바 총리의 위기 속, 일본 정계의 변화가 예고되는 분위기에서 이번 방한이 갖는 목적과 메시지에 정치권, 외교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한일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일본을 택하는 등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고위급 접촉이 가속화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다양한 한일 현안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회동 역시 양국 관계 정상화의 계기를 모색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 주요 현안을 둘러싼 실무 논의를 넘어, 차기 일본 정계의 물밑 교섭까지 염두에 둔 만남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후 한일 정상 간 회담, 경제·안보 협력 논의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편 정부는 “향후 한일 간 고위급 교류의 폭을 넓혀가겠다”고 설명했다. 정국 격랑 속 이번 면담 결과가 한일 교착 상태에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