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트, 현저동의 무너진 계절”…고령 주민들의 숨 가쁜 일상→남겨진 적막의 시선
서울의 한복판, 세월의 결이 짙게 스며든 골목이 있다. ‘다큐 인사이트’는 현저동이라 불리는 이 마을에서, 더디게 흐르는 시간과 삶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포착했다. 고요함만이 깃든 빈집촌, 남겨진 사람들의 일상은 한때 북적였던 동네의 따스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언젠가부터 멈춘 듯한 시간, 사방에 피어난 잡초와 무너진 벽, 낡은 담장 너머로 스며 나오는 적막이 골목 깊숙이 내려앉았다. 70대 이상의 노인들이 기운 빠진 담장과 뒤틀린 창틀 사이로 조심스레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은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와 동시에 재개발의 그림자에 짓눌린 불안까지 품고 있다. 한때 활기찼던 슈퍼마켓, 정육점, 약국은 인적 없이 사라졌고, 마을에 남은 것은 오래된 손길이 묻어나는 세탁소와 슈퍼마켓뿐이다.

재개발이 예고됐던 20년 전, 동네의 기대와 설렘은 집값 상승과 함께 한때 불타올랐다. 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은 사업, 얽히고설킨 각종 이해관계, 그 후로 찾아온 무관심과 방치는 마을을 폐허로 만들었다. 외지인의 손에 넘어간 집들은 점차 파손됐고, 남겨진 주민들은 매일 무너질지도 모르는 집에서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이젠 더 이상 재개발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한숨짓는 노인들의 말에는 담장의 금, 비바람 들이치는 창 사이로 매일 흘려보내는 삶의 무게가 녹아 있다.
이제 현저동에는 50여 명의 고령 주민들만 남았다. 떠날 곳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들의 발걸음은 골목 끝에 닿아, 오랜 시간 쌓인 삶의 치열한 흔적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장마가 스미는 현저동의 여름, 무너진 시간과 위태로운 평온 속에서 끝내 단절되지 않는 삶의 불씨를 따라가며, 사라지는 마을이 우리 곁에 남긴 깊은 질문을 던진다.
KBS1 ‘다큐 인사이트–빈집 스캔들’은 각자의 사연을 안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현저동 주민들의 기록을 담아, 7월 3일 밤 10시, 시청자에게 잊혀진 마을의 조용한 숨결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