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로 마약중독 극복”…식약처, 재활 새 패러다임 제시
미술치료가 마약중독 재활의 새로운 보조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도입한 마약류 재활 미술치료 프로그램은 참여자의 내면 세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면서 단약(마약 사용 중단) 동기 강화에 실질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 마약중독자의 전후 심리를 직접 그려보는 ‘마스크 그림’ 활동을 통해, 참여자는 자신의 변화 과정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며 회복 의지를 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업계는 해당 치료가 기존 약물·상담 중심 프로그램과 달리 ‘정서적 동반 회복’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식약처가 최근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단약 전에는 피폐감이나 상실을 그리지만, 치료 이후에는 생명력과 빛, 긍정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특히 한 참여자는 “어둠 속 가면 쓴 얼굴”을 그렸다가, 단약 후에는 “어둠을 벗고 화사해진 자화상”으로 변화된 그림을 남겼다. 이 같은 미술치료 방식은 단순 기술 습득이 아니라, 감정 표출과 자기성찰을 도와 우울감·중독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미술치료는 참여자의 유희성, 상징성, 창의성을 자극함으로써 심리적·신체적 고통을 완화한다. 언어적 소통이 버거운 중독자에게 특히 유효하며, 집단 미술치료는 상호작용을 늘려 사회 적응 능력 향상에 기여한다. 프로그램은 치료자가 안내자의 역할을 하되, 참여자가 주체적으로 변화 과정을 이끌게 설계됐다. 중장기 연속 세션은 물론, 단발성 활동만으로도 회복의 단초를 열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의 약물·상담 중심 재활과 달리, 미술치료는 내담자의 감정·생각을 바로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어 심리적 저항이 적고, 완성된 작품은 자신의 변화 기록이 된다. 미국 임상미술치료 전문가 데이터에 따르면, 미술 활동 후 기록물은 경험의 객관화·치료 효과 직관화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은 시간 경과 후 재검토가 가능해 치료 지속성도 높인다.
국내외 중독치료 현장에서는 미술치료 도입이 꾸준히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감정 발산, 자기수용, 사회성 개선 측면에서 미술치료 프로그램의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식약처, 마약퇴치운동본부 등 기관 주도로 시범사업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법적·제도적 관점에서는 정신건강복지법·마약류관리법 내 치료재활 서비스 다각화 규정이 기반이 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선 치료 지속성, 상담 인프라 확보, 전문가 교육 등 상용화의 남은 과제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미술치료가 약물·심리 프로그램과 병행될 때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미술 기반 치료가 마약중독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장애 등 범용성이 넓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산업계는 이번 식약처 프로그램이 실효를 입증할 경우 전국 확대, 디지털 헬스케어 접목 등 확장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예술, 치료의 융합이 중독재활 패러다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