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이틀 앞, 포화 속에 쓰러진 아버지”…윤재관 병장, 72년 만에 가족 품에
포화가 멎기 직전 치열했던 전장,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을 이틀 앞두고 전사한 윤재관 이등중사(현 계급 병장)의 유해가 7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지난 11월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며, 전쟁의 아픔과 세월의 간극을 다시 일깨웠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8일, 해당 유해가 국군 제7사단 소속 윤재관 이등중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해는 1953년 7월 25일,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이틀 앞둔 날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뒤 전장에 남아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재관 이등중사는 1927년 전라남도 강진군 출생으로, 1952년 8월 입대한 뒤 그해 7월, 철원 주파리 일대에 투입됐다. 당시 국군 제7·11사단은 해당 지역에서 중공군 4개 사단의 집중 공격을 맞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최전선에서 한 치의 땅도 내줄 수 없던 상황에서 윤 병장이 명을 달리한 시점은 전쟁의 마지막 국면과 겹친다.
유해 인계식은 윤재관 병장의 외동딸 윤금순 씨(74)가 거주하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자택에서 이루어졌다. 윤 씨는 “제가 살아있을 때 아버지 유해를 찾게 돼 감사할 뿐”이라며, “지금 어머니가 서울현충원 충혼당에 계시는데, 아버지를 찾았으니 어머니와 함께 대전현충원 묘역에 안장해드리고 싶다”고 심경을 전했다.
정치권은 이번 유해 신원 확인을 계기로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의 의의와 지속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장병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유해발굴 사업을 최우선의 국가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쟁은 끝났지만 유족들의 아픔은 계속된다”며 “전사자 유해의 신원 확인은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치유의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정부는 향후 남은 6·25전사자 유해 발굴 및 가족 인계 절차를 더욱 체계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유해 귀환 행사에서 국방부와 유가족, 지역사회는 호국 영웅의 마지막 귀향을 애도했다. 1953년 한 중학생의 아버지가 돼주지 못했던 아픔은 오늘, 미뤄진 재회의 순간으로 치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