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초28 대회신기록”…이민혁, 종별육상 남고부 허들→24년 만에 정상
이른 아침부터 경남 밀양종합운동장을 채운 수많은 이들은 트랙 위에 펼쳐질 역사의 순간을 예감했다. 몸 풀기조차 신중했던 이민혁의 표정에는 부담감보다는 결의와 묵직한 자신감이 어린 듯 보였다. 스타트 라인에서 조용히 숨을 가다듬던 그는 110m 허들 결승선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속도를 끌어올렸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경기장은 숨소리마저 멎었다.
23일 밀양에서 치러진 제54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 남자 고등부 110m 허들 결승은 고교 정상급 선수들이 몰린 치열한 대결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단순한 순위 결정이 아니었다. 14초28의 환상적인 기록, 전광판 위에 새겨진 그 숫자는 2001년 박윤제가 세운 14초51의 종전 기록을 0.23초 앞당긴 대회 신기록이었다. 박태언은 14초76으로 분투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온전히 이민혁에게 쏠렸다.

이날 종별선수권은 기념비적 기록의 향연이었다. 이태우는 남고부 원반던지기에서 52m47로 개인과 종목 모두 중요한 신기원을 써내려갔고, 원찬우는 50m52로 뒤를 이었다. 여자 일반부 10,000m 트랙에서는 최경선이 35분10초59로 5,000m와 10,000m를 모두 제패하며 대회 2관왕의 품격을 빛냈다.
경기가 끝난 후, 이민혁은 “꾸준한 준비와 동료, 코치진의 응원 덕분에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며 뜻깊은 소감을 남겼다. 트랙 위에서는 기쁨보다 안도와 경외의 표정들이 교차했고, 관중석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박수와 환성이 긴 여운으로 남았다.
밀양의 긴 오후, 기록의 가치와 열정의 시간은 천천히 저물어갔다. 종별선수권은 부별 한국기록 1개와 대회 신기록 4개가 쏟아진 대회로 남았다. 한편, 이민혁은 27일 구미에서 열릴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누군가의 꿈을 향한 질주가 끝나지 않았던 하루, 트랙 위 그 시간은 조용히 다음 역사를 향해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