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도냐, 개방형 네트워크냐”…리플과 SWIFT 결제 패권 경쟁 격화
현지 시각 9월 30일,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패권을 둘러싼 리플(Ripple)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경쟁이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논쟁은 암호자산 XRP의 옹호자들이 리플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갈링하우스의 과거 발언을 재조명하며, 전통 금융망과 블록체인기반 기술의 주도권 다툼이 구조적 갈등으로 격화됐다는 점에서 국제 금융계에 직접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XRP 지지자인 파노스 멕이 브래드 갈링하우스의 2018년 발언, “SWIFT의 업그레이드는 마치 모델T 엔진에 페라리 껍데기를 씌운 것”이라는 신랄한 비유에서 출발했다. 이에 호주 출신 법률가이자 XRP 지지자인 빌 모건이 공개적으로 SWIFT와의 결제 방식 차별화를 강조하고, 은행 컨소시엄 기반의 블록체인 플랫폼 오닉스(ONYX)를 언급하면서 논쟁이 본격화됐다. 오닉스는 이더리움 기술을 활용한 허가형 네트워크로, 30여 개 글로벌 은행이 주도해 운영된다. SWIFT 역시 블록체인 파일럿과 스테이블코인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리플과의 갈등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도 리플은 “SWIFT보다 빠르고 저렴한 결제 대안”을 내세우며 전통 금융망에 도전장을 내민 바 있다. 반면 SWIFT 측은 최근 들어 컨센시스(ConsenSys) 등과 협력해 글로벌 블록체인 원장 및 차세대 결제 인프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빌 모건은 “진정한 은행 중심 플랫폼은 오닉스와 같은 폐쇄형 체인이다. XRP는 허가나 검열의 제약 없이, 누구든 글로벌 송금이 가능한 진정한 개방형 네트워크”라고 주장했다. 이는 결제 혁신의 주도권이 은행 컨소시엄에 있는지, 아니면 탈중앙형 프로토콜에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대립을 드러낸다.
양측의 경쟁 심화에 대해 국제 금융업계는 신중히 반응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XRP를 ‘은행 코인’이라 비판해온 시장 분위기에 주목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은행 인프라 자체가 폐쇄 시스템을 재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SWIFT는 자사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규정 준수 능력을 강조하며, 도입 초기의 블록체인 한계 극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외신은 “리플과 SWIFT 간 갈등은 기존 금융질서와 분산원장 모델의 기로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전환 신호”라고 해석했다.
결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업계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은행 주도의 인프라 확산이 우세할 가능성이 있으나, 블록체인 오픈소스 모델의 확장성과 XRPL의 디파이, 토큰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속도에 따라 장기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을 계기로 결제 네트워크의 주도권이 ‘폐쇄형 규칙’과 ‘개방형 코어’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패권 경쟁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결제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