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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행성 전이 분자 예측”…서울대병원, 위암 맞춤 치료 새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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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행성 전이 분자 예측”…서울대병원, 위암 맞춤 치료 새 지평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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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행성 전이 예측을 위한 분자 수준 분석이 위암 치료 패러다임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개발한 새로운 예측 모델은 환자별로 혈액을 타고 장기(간, 폐, 뼈, 부신 등)로 전이되는 위험을 돌파할 수 있는 해법으로, 국내외 위암 치료 전략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연구가 ‘정밀의료 경쟁’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박도중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와 이혜승 병리과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이승호 임상강사, 유자은 연구원)은 64명의 위암 환자 종양을 정밀 분석해, 혈행성 전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자 아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17개 유전자를 조합한 '혈행성 전이 위험 점수' 모델을 개발해 코호트 및 외부 검증을 완료, 개별 환자 맞춤 치료를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 위암 관리에서는 환자의 전이 양상을 사전에 판별하기 어려워, 수술 후 전신항암제 투여 등 표준화된 처방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종양의 분자 아형을 ‘줄기세포성’과 ‘위 점막형’으로 이분화해 접근, 줄기세포성 아형 환자에서 혈행성 전이 무재발 생존기간(HMFS)이 유의미하게 짧고 전이 위험이 약 2.9배 높다는 사실을 다변량 분석으로 확인했다. 반면, 복막 전이나 전체 생존율(OS)에는 두 아형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의 예측 모델은 세 개의 외부 환자군(600명 이상)과 환자 유래 동물모델(PDX) 51개에서 재확인돼, 고위험 환자군에서 전이율과 예후가 일관되게 불량함이 입증됐다. 이처럼 기존 표준 항암치료가 혈행성 전이 고위험군에선 실효성이 낮게 나타나 새로운 치료 접근법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병리 분류나 임상 정보를 넘어서, 유전체 기반 예후 예측이라는 정밀의료의 첨단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미국 NIH 등 해외에서는 RNA·DNA 기반 암 예후 예측과 맞춤형 치료가 이미 일부 도입되고 있으나, 위암 혈행성 전이에 초점을 맞춘 분자 진단·예측 기술은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정밀의료 서비스 확장 및 유전체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 움직임이 맞물리며, 이 같은 근거 기반 예측 도구의 임상적 활용 전망이 밝아졌다. 다만 데이터 보호, 의료윤리 등 복합적 제도적 과제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박도중 교수는 “세계적으로 처음으로 혈행성 전이에 특화된 분자 예측 모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위암 환자 맞춤 치료의 새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혈행성 전이 예측 기술이 실제 표준 치료로 확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윤리-제도 3박자가 맞물려야 정밀의료 시장 경쟁력이 완성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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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혈행성전이#위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