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인상 신호에 세계 금융 긴장”…우에다 가즈오 총재, 회복 기조 흔들리나→신중 논의 예고
도쿄의 초여름은 잔잔한 햇살과 함께 경제의 깊은 소용돌이마저 담담하게 품어내고 있다. 그런 도시의 한복판에서, 일본은행이 들려준 선언은 그야말로 한 시대의 전환점 위에 선 풍경처럼 다가온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마이크 앞에서 다시 한 번 시사한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 30년간 저물가의 언저리를 맴돌던 일본 경제가 이윽고 물가 상승의 기로에 이르렀음을 새삼 알렸다.
현지 시간 27일, 일본은행은 연일 오르는 쌀과 식료품 등 생활 필수재의 가격 인상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며, 무려 1.5~2.0% 구간에 진입했음을 확인했다. 이 수치는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과 저물가의 그늘에 머물러 있던 일본 경제에겐 뚜렷한 변화의 신호였다. 우에다 총재는 식료품발 물가 상승의 영향이 차차 약화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물가 구조 자체의 변동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행은 지난 해 3월, 17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며 금융완화 기조에서 단계적 이탈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7월의 추가 인상, 두 차례 0.5%의 연속 동결 속에, 일본은행은 정책 방향의 변곡점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 즉 미국의 관세 정책과 대외 불확실성 역시, 일본 중앙은행의 선택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본은행은 2025회계연도 실질 국내총생산 전망치를 0.6%포인트 낮춘 0.5%,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2%포인트 낮춘 2.2%로 조정했다. 이는 경제 회복의 속도와 물가 상승 압력이 예측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복합적인 신호로 읽힌다. 금융완화 정책이 장기간 일본 경제의 유일한 처방처럼 이어져온 배경에는, 장기 디플레이션과 사회 고령화,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예민한 반응이 중첩돼 있다.
일본의 금리 결정은 세계 금융시장 전체의 움직임에 밀물처럼 파장을 일으키는 키워드다. 특히 엔화의 가치, 아시아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일본은행의 정책 궤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차기 금융정책결정회의는 7월 16일부터 이틀간 도쿄에서 다시 치러진다. 그때까지 우에다 총재와 일본은행의 신중한 저울질은 세계 금융의 물줄기마저 바꿔놓을지, 한여름의 일본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