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여름 국수에 깃든 질긴 인연과 땀방울→따스한 삶의 온도
엔터

“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여름 국수에 깃든 질긴 인연과 땀방울→따스한 삶의 온도

오태희 기자
입력

국수 한 그릇의 온기와 최수종의 따뜻한 시선이 식탁 위에 닿으며 여름날의 기억이 피어난다. ‘한국인의 밥상’은 삶을 뉘인 면발처럼 이어온 이들의 일상과 시간을 더듬으며, 잊혀가는 마을의 풍경과 가족의 이야기를 한 편의 산문처럼 펼쳐 보였다. 담양 국수거리, 춘천 온새미마을, 무주 앞섬마을을 잇는 여정 속에서, 한 조각의 면에 담긴 사랑과 정성은 땀과 노력이 이어진 시간으로 빛났다.

 

담양 관방천 국수거리에서는 1960년대 죽물시장의 숨결, 그리고 김대학, 윤명희 부부를 중심으로 세대가 교차하는 따스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육수의 깊은 맛에 담긴 손때, 시장 뒤 첫 국수를 팔던 김금애 어르신의 손맛, 국수 한 그릇을 나누던 정경의 순간들이 점심시간의 북적임과 함께 살아났다. 선지국수와 초계국수, 그리고 그보다 진한 장터의 추억들은 단순한 별미를 넘어 한 시절의 외로움과 허기까지 식탁에 올렸다.

여름 국수 한 그릇에 담긴 삶…‘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국수거리 가족들→뼛속까지 시원한 시간 / KBS
여름 국수 한 그릇에 담긴 삶…‘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국수거리 가족들→뼛속까지 시원한 시간 / KBS

춘천 온새미마을에는 옥수수 익는 냄새 가득한 마을 식탁이 펼쳐졌다. 김춘화 어르신의 목소리와 손길이 면발마다 스며들고, 마을 사람들의 협동은 반죽과 국수틀, 샘물 냉국 위 오이 채 한 줌에서 길어진다. 면 위로 쏟아진 여름날의 더위는 차가운 막국수와 함께 식어가고, 팥 부꾸미와 올챙이국수, 밀랍떡은 고된 산촌의 삶을 어루만지는 음식이었다. 툭툭 끊어지는 면을 누르는 마을의 온정 속에, 지혜와 우정이 반죽된다.

 

국수 공장 한 귀퉁이에서는 곽강찬, 이명희 부부의 질긴 세월이 면발로 이어졌다. 제분 기술이 없던 옛날부터 밀가루 국수까지, 두 사람의 손끝에는 매번 삶아 맛을 보는 수많은 시간과 숙명이 깃들어 있다. 콩물을 더해 부드럽게 퍼지는 콩국수 한 줌에는 끼니 대신 삼키던 설탕물의 기억, 장인의 고집과 인내가 고스란히 밴다. 긴 국수처럼 질긴 부부의 삶은 마르지 않는 노력의 상징으로 남았다.

 

수십 년 강과 함께 살아온 무주 앞섬마을의 가족은 여름날을 강변에서 맞는다. 고기잡이로 생계를 잇는 한대식 씨, 그리고 어머니 이순자, 아내 윤미숙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어칼국수와 다슬기국수에는, 강 품은 마을이 안긴 식구들의 진심이 고스란히 배었다. 무더위도 이열치열로 삼키게 하는 그날의 더움과, 식탁을 에워싼 웃음소리가 조심스레 스며들었다.

 

한 줄기 면발에 실린 가족과 마을, 그리고 긴 세월의 온기는 골목과 장터, 들판과 강가를 지나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면발을 감싸던 기억과 땀, 온기와 정성이 식탁 위에서 어우러지며, 여름 국수 한 그릇이 사람을 묶는 진짜 힘을 보여준다. 여운이 깃든 ‘한국인의 밥상’ 여름 국수 편은 8월 14일 저녁 7시 40분, 최수종과 함께 방송된다.

오태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국인의밥상#최수종#국수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