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국정원장, 남북안보 여명 속 청문보고서 채택”→여야, 중동격화·공백 우려에 전격 합의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길었던 장막을 거두고, 국회 정보위원회는 23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는 데 마침내 합의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정수반급 인사의 청문경과보고서가 차가운 회의장을 뚫고 채택된 첫 사례가 됐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종석 후보자가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해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대북관을 집요하게 문제 삼으며, 국정원장의 자리마저 오랜 시간 공백으로 머물게 했다. 19일 청문회장은 안보관 검증이라는 무게와, 대치 속의 긴장감으로 가득 채워졌으며, 20일 보고서 채택마저 여야 대립으로 한 차례 무산됐다.

시간은 중동으로부터 강한 바람을 실어왔다. 최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등으로 인해 중동의 긴장이 한껏 높아지고,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또한 새로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러한 대외 안보 위기와 국내 국정원의 공백 장기화 우려가 팽팽히 맞선 정당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정보위원회 회의 이후 국민의힘 간사 이성권 의원은 ‘국정원장으로서 북한 친화적 인식에 대한 우려’를 거듭 언급했으나, “여야를 떠나 국가안보 수장을 오래 공백으로 두는 것이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단을 전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미국의 직접 개입까지 이어진 현 상황이 한국 경제에도 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용기 있는 결정을 강조했다.
정보위원회는 하루속히 국정원으로부터 중동 정세 등 현안 보고를 받을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동과 한반도를 둘러싼 격변의 시기에 국정원장 임명을 둘러싼 대치가 해소됨에 따라, 이후 안보 라인의 새판 짜기와 여야 협치에 대한 변화의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이르면 26일 현안 보고를 시작으로, 안보정책 전반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