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로 걸어요”…초가을 거창, 산책으로 만나는 자연의 쉼표
요즘 거창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름의 열기가 한풀 꺾이고,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초가을의 한복판. 예전에는 먼 시골마을로만 여겨졌던 거창이지만, 지금은 자연과 계절의 여유를 느끼기 위한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경남 거창군은 사방이 덕유산과 가야산에 감싸여 있어, 지역 어디서든 높은 산자락이 눈길을 붙든다. 9월 12일 오전, 기온은 23.6도. 바람은 서북서풍으로 살짝 지나가고, 최고 기온 역시 25도 내외로 포근하다. 초가을답게 가벼운 옷차림에도 걷기 좋은 날씨라, 거리에는 산책을 즐기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거창창포원에 들어서면 먼저 맑은 바람과 짙은 초록빛이 반긴다. 각양각색의 꽃들과 울창한 수목이 어우러지는 풍경 속에서 여유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쉼터에 앉아 숨을 고른다. 조경이 잘 가꿔진 산책로는 길게 이어져, 한 걸음 한 걸음 자연의 결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맑아진 기분이 든다.
특히 거창별바람언덕은 ‘가을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SNS에서도 주목받는 명소다. 언덕에 오르면 거창 일대가 탁 트이게 펼쳐진다. 멀리 흐릿하게 겹쳐진 산자락,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계절의 변화를 속삭인다. 한 방문객은 “언덕 위에서 맞는 바람은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다”고 느꼈다.
조금 더 활동적인 시간을 원한다면 수승대출렁다리로 향하는 발길도 꾸준하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계곡물은 시원하게 흐르고, 나뭇잎은 서서히 가을빛으로 물들어 간다. 흔들림 속에서 만나는 자연의 소리, 미묘한 스릴감이 색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만든다. 현지 주민은 “요즘은 가족 단위뿐 아니라 혼자 온 여행객도 자주 본다”고 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 속에서도 떠오른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남 내 산책 명소에 대한 검색량과 방문 횟수가 꾸준히 늘었다. 전문가는 “팬데믹 이후 일상에 자연을 더하려는 트렌드가 강해졌다”며 “흙과 바람, 식물 향기가 주는 심리적 안정 효과 덕분에 소도시 산책길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 분석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쉬면서 걷기만 해도 큰 위로가 된다”, “굴곡진 산길보다 넓은 산책길이 더 좋다”며 거창 산책 코스의 속도와 느낌을 반기는 의견이 많다. 멋진 경치를 사진에 담아 공유하거나, 혼자서 조용히 걷는 시간을 일상의 소확행으로 여기는 모습도 확산된다.
작고 사소한 발걸음이지만, 이 계절의 거창 산책은 분명히 일상의 리듬을 새롭게 바꾼다. 바쁜 날들이 이어져 마음이 쫓길 때, 잠시 거창의 초가을 풍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는 것. 이런 소소한 여행이 우리 삶에 기분 좋은 쉼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