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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0.98% 하락·환율 1,385원 돌파”…중동 불안 고조에 금융·원자재 시장 요동
경제

“코스피 0.98% 하락·환율 1,385원 돌파”…중동 불안 고조에 금융·원자재 시장 요동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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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을 가르며 중동의 위기는 전 세계 금융 시장의 흐름을 다시금 흔들어 놓았다. 6월 23일 아침, 증시와 외환시장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파장 속에서 하루를 열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64포인트, 0.98% 내린 2,992.20으로 힘겹게 출발했다. 출범 직후 2,970선까지 미끄러졌다가, 개인 투자자들의 꾸준한 매수세에 힘입어 3,000선을 두드리며 등락을 거듭했다. 주가가 흔들리는 장면은 글로벌 긴장감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얼마나 한순간에 시장을 적시우는지 보여주고 있다.

코스피 0.98% 하락·환율 1,385원 돌파…美 이란 공습에 위험회피 확산
코스피 0.98% 하락·환율 1,385원 돌파…美 이란 공습에 위험회피 확산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각각 3,215억 원, 5,246억 원을 시장에 흘려보내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개인 투자자들은 8,786억 원을 순매수하며 급격한 시장 변화 앞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서울 외환시장은 한층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시작과 동시에 전보다 9.4원 오른 1,375.0원을 기록하더니, 오전 10시 29분에는 1,385.2원까지 솟구쳤다. 불과 하루 전, 중동 개입 유보에 대한 기대감이 주간 기준 14.6원 하락이라는 이례적 안정을 가져왔던 일과 크게 대조적인 흐름을 그렸다.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급격히 높아지자 2% 내외 상승세를 나타냈다.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6%까지 급등해 배럴당 78.4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시장을 관통하는 불안은 곧 대체투자 수요로 연결돼, KRX 금시장에서 1킬로그램짜리 금 현물 역시 1그램당 15만 원대를 넘나들며 1.5%가량 오름세를 탔다.

 

디지털 자산마저 동요의 흔적을 남겼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은 1억 4천만 원대에 거래되며 소폭 반등을 시도했고, 이더리움도 310만 원대까지 회복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사이에서 투자자들은 혼란과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 같은 시장 변동성은 21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3곳 공습이란 전운에서 비롯됐다. 이란 의회는 곧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로 맞섰고, 글로벌 원유 및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보복 수위가 향후 금융시장에 결정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향후 1~2주간 중동 정세 추가 악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극한 상황을 가정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신호도 전했다.

 

정부는 이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슈에 즉각 반응해 비상대응반 회의를 가졌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직무대행은 “시장의 움직임을 촘촘하게 점검하고, 필요시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동시에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하고 정부 합동 석유 시장 점검단이 가격 급등에 편승한 불법행위를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중동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증시와 환율은 추가 조정 및 변동성 확대의 파도에 노출될 수 있기에 투자자들에게는 신중함이, 소비자들에게는 물가 흐름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청되고 있다. 경제의 물줄기가 예측하기 힘든 곡선을 그릴 때, 각자 자리에서 어떤 준비와 인내가 필요한지 성찰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다가오는 한 주, 중동 정세와 시장 주요 지표는 또 한 번 결정적 시그널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흐름을 찬찬히 읽고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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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미국이란공습#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