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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수사”…특검,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4차 소환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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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을 둘러싸고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과 전 현직 직책자들이 정면충돌했다. 특검은 도피 경위와 수사 외압 의혹 핵심 인물 소환을 이어가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이명현 특검팀은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네 번째 소환 조사했다. 오후 2시 취재진을 피해 지하 주출입구로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비서관의 조사는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경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 등에 집중됐다. 이충면 전 비서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두 차례, 호주 도피 의혹과 관련해 한 차례, 이번 소환까지 총 네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은 상황이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인사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화를 내는 것을 목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에서는 외교안보라인 내 실제 논의와 결재 과정을 비롯해 이종섭 전 장관의 갑작스러운 호주대사 임명 배경에 대한 사실관계가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국금지 대상이었으나, 2024년 3월 4일 호주대사로 임명돼 나흘 뒤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호주로 출국했다. 그 후 여론이 급전하며 3월 25일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 참석 명분으로 귀국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특검은 당시 결정 과정에 상급부의 영향력이 작용했는지, 외교안보라인과 대통령실 내 의사결정을 교차로 확인하고 있다.

 

특검팀의 수사는 이 전 비서관을 시작으로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6일),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8일) 등 핵심 인물로 확대되고 있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는 대로 호주대사 도피 의혹 피의자들에 대한 사법 처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임성근 전 사단장 소환 조사도 예고됐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은 이날 교도관을 통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구속돼 있으며, 특검팀은 이날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기반으로 조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오는 6일 오전 출석을 다시 통보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의 출국과 귀국 경위를 둘러싸고 책임 소재와 외압 의혹에 철저한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전직 대통령 및 외교안보라인까지 겨냥할 필요가 있느냐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야권은 “권력형 조직적 외압 의혹”을, 일부 여권은 “정치적 목적의 사냥”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검이 오는 주 주요 피의자 소환 등 막바지 수사 절차에 돌입하면서, 향후 법적 처분뿐 아니라 정치권의 파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 일정과 함께 도피 의혹 주역들에 대한 공식 입장 정리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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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이충면#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