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조정 난항”…정동영, 대북 유화책 제안에 국방부 반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8일 내달 중순 예정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조정하는 방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강력 반발하며 연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한 직후 이 같은 제안이 나온 가운데, 정치권 내 의견 대립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UFS 연습 조정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라며 "내일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조정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미연합훈련의 조정이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군사훈련을 유예하며 남북, 북미 대화 국면이 조성됐던 전례를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남쪽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다"며 UFS 연습 등 한미연합훈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를 겨냥해 "한미동맹에 맹신하고 우리와의 대결을 기도하는 점이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군 당국과 국방부는 현실적으로 훈련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예정대로 UFS 연습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라며 "연습이 임박한 시점에서 연기하면 한미관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합참 역시 미측 참가 인원의 항공권, 호텔 예약 등 사전 준비가 끝난 상황임을 들어 연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회의 논의에서도 이견이 뚜렷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연합 방위체계가 국가안보의 근간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간 합의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다"며 신중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2018년과 현재의 국제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반도 긴장 완화 국면에서 유예됐던 과거와 달리,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한국 및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북 유화 제스처가 실질적 대화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국방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부처 의견을 종합해 한미연합훈련 조정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UFS 연습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NSC 논의와 대통령실 결정이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