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맹신 선임자와 다를 바 없어”…김여정,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 정면 비판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연이은 대북 화해 제스처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북측 최고위 인사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한국과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단언하며 남북 대화에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평화와 협력을 골자로 한 새 정부의 시도가 예상대로 거센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7월 28일 내놓은 담화를 통해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 한국과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입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임”을 공식화하며, 지난 정부와의 실질적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접촉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와 대북 전단 살포 차단, 개별관광 허용 등 조치를 언급하며 “나름대로 기울이고 있는 성의있는 노력”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스스로 자초한 결과를 감상적인 말 몇 마디로 뒤집으려 했다면 큰 오산”이라며, 정부의 화해 제안 자체를 평가절하했다.
특히 그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10월 경주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초청안에 대해선 “헛된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정부의 “통일부 명칭 변경” 논의를 겨냥해선 “해체돼야 할 통일부의 정상화를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것을 보면 흡수통일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고 직격했다. 또한 대북방송 중단에 대해서도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며 남한 정부의 ‘적대 전환’을 불신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처럼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기조를 이어가면서, 한반도 긴장 해소와 교류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김여정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내달 중순 시행 예정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 규모와 운영방식이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이 한미동맹 문제를 대적관계의 상징으로 꼽은 만큼, 다음달 한미연합훈련이 남북관계 내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완강한 거부 반응에도 평화정착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너무 적대화되고 불신이 심해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길게 보고 소통과 협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평화 정착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철학”이라며 “적대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위해 일관되게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연합훈련 이후 남북 간 추가 충돌 여부, 정부의 대화 재개 노력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북 간 신경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