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전케이블만 자체 검증”…최수진, 한수원 해외업체 특혜 의혹 제기
원전 케이블 검증 방식을 둘러싸고 국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면 충돌했다. 국내 기업에는 철저한 제3기관 검증을 요구하면서도 해외 업체는 자체 성적서만으로 공급을 허용해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이 문제가 국회 감사 현장에서 도마에 오르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경북 울진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402억원 규모의 해외 H사 케이블이 내부 시험 성적서만으로 납품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최수진 의원은 "지난 2012년 불량 원전 케이블 사태로 인해 원전 가동 중단과 준공 지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제3시험기관을 통한 성능검증을 의무화했다"며,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에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 배경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2012년 원전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 이후 정부는 품질보증제도를 전면 개편해, 원전용 케이블에 대해 국제 인증기관 등 제3기관 검증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신고리 1·2·3·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에서 대규모 가동 중단과 준공 지연 사태가 발생했고, 관련 임직원들도 법적 처벌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한수원이 입찰안내서에 '국내 공급업체에 한함'이란 조항을 명시하면서 해외 업체에는 자체 시험서만으로 납품을 허용해, 형평성 문제와 함께 또 다른 품질 위험이 제기됐다.
최수진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현재 국내 업체가 원전용 케이블을 납품할 경우 제3 성능 검정시험 승인기관 인증을 의무화했지만, 해외 전선 업체의 경우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08년 신고리 3·4호기에 납품된 해외 R사 제품에서는 차폐선 단선 문제가 있었고, 2014년 신한울 1·2호기에 투입된 미국 G사 케이블도 외관 불량과 납기 문제 등 품질 논란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해외 업체에 중대한 예외를 두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원전 케이블은 통신과 전자제어 등을 담당하는 핵심부품인데도 국내 업체만 품질검사를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해외 원전케이블은 예외적으로 제3시험기관을 통한 검증을 받지 않도록 해준 한수원과 업체 간의 불법 사실이 있었는지 철저한 정부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수원 관계자들은 "해외 규격품의 경우 통상 국제 인증을 근거로 삼는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012년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 이후 확대된 안전성 기준이 흔들려선 안 된다며, 품질의 일관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측은 해외 업체까지 의무 검증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수원의 원전 케이블 납품과 검증 방식을 둘러싼 감사와 국회 내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제도적 미비점을 점검하며 책임소재와 향후 개선책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