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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바람, 이국의 골목”…동두천 가을 산책이 주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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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바람, 이국의 골목”…동두천 가을 산책이 주는 여유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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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두천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먼 교외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롯이 숨을 고르게 하는 산책의 공간이 됐다. 계절이 느슨하게 물드는 아침, 도시는 맑은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쾌적한 26.7도의 기온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니지모리스튜디오에 발을 들이면 낯선 골목의 온기가 다가온다. 마치 일본의 어느 마을에 와 있는 듯, 아기자기한 상점과 고즈넉이 이어진 료칸 건물들이 느린 여운을 남긴다. 직접 축제 현장에 참여하거나, 테마 먹거리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체험들이 SNS에선 ‘이국 스냅’ 인증으로 번지고 있다. 바쁜 일상에 한 걸음 물러나, 색다른 기분전환을 꿈꾸는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소요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소요산

이런 변화는 가족 단위 여행에서도 두드러진다.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와 풍부한 체험들로 채워진다. 숲과 물, 그리고 아프리카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 새로운 문화의 넓이를 자연스럽게 심는다. 이곳에서 엄마 아빠들은 “아이와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소박하게 표현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소요산 자락에 이르면, 천년의 시간이 담긴 자재암이 조용히 맞아준다. 신라 시대의 흔적,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이야기가 깃든 전각과 숲길은, 말없이 사색하는 이의 마음을 곧게 세우는 곳이다. 불화와 유물이 고요히 머물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바람마저 오래된 위로처럼 감긴다.  

전문가들은 “도시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연과 문화를 천천히 마주하는 여행은 삶의 리듬을 회복시키는 본질적인 경험”이라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주말마다 가까운 곳만 찾았는데, 동두천이 이렇게 다채로울 줄은 몰랐다”, “사진만 봐도 기분이 정화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동두천의 가을 산책길은, 잠시 쉬어간다는 그 의미만으로도 충분하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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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니지모리스튜디오#자재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