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지옥 가면 책임질 거냐”…급식 ‘순대볶음’ 항의 논란
공립학교 급식 식단을 두고 한 학부모가 교사를 직접 찾아와 항의한 사연이 전해지며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우리 애 지옥 가면 책임 지실 거예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직 교사라고 자신을 밝힌 A씨는 “급식에 순대볶음이 나왔는데 학생들이 잘 먹었다”며 “방과 후에는 한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우리 교회는 동물의 피를 먹는 게 금지인데 왜 피가 들어간 음식을 급식으로 주느냐, 우리 애가 지옥에 가면 책임질 거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순간 교무실 분위기가 싸해졌다”면서 “종교도 존중해야겠지만, 학교가 특정 종교에 맞춰 급식 메뉴를 구성해야 하느냐는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연이 알려지자 “종교적 이유가 있다면 도시락을 싸주면 될 일”, “아이에게 먹지 말라고 교육시켜야 하는 부분”이라며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에 비판적인 의견이 이어졌다. 한 교직 경력자는 “이제 급식 식단마다 종교별 확인 각서를 받아야 하느냐”는 씁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학부모 개별 민원은 최근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와 맞물려 학교 현장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공립학교는 헌법상 종교 중립을 지켜야 하며, 급식도 영양 기준과 일반적 먹거리 관행에 따라 편성한다. 그러나 “특정 신념이나 생활양식을 모두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을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와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원단체들은 “도를 넘는 개별적 요구와 민원은 학생 전체를 위한 기준을 흔든다”며 “종교나 개인 신념을 이유로 한 민원 대응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NS 상에서는 “최근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일의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는 우려와 “교사의 전문성과 인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교육청은 “특정 종교 신념을 이유로 급식 메뉴 전체를 변경하기는 어렵다”며 “교사와 학부모 모두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구조적 문제인지 여부에 대한 토론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