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방송에 등장한 가짜 전문가”…방송 통한 부동산 사기에 22억 피해
경제방송에 출연한 가짜 부동산 전문가가 개발 불가 토지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며 부동산 사기 수법의 허점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25년 10월 31일, 기획부동산 업체 대표 A씨(45) 등 33명을 사기 혐의로, 방송 외주 제작업체 대표 B씨(41) 등 3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21년 4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외주 제작업체와 협찬 계약을 맺어 직원 한 명을 경제방송 6개 채널에 부동산 전문가로 출연시켰다. 이 직원은 전문성과 무관한 인물이었으며, 방송에서 소개된 내용도 미리 짜인 대본에 따라 진행됐다. 방송에서는 세종시 일대의 토지를 개발 예정지처럼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개발이 제한된 보전산지였다.

상담 전화를 받은 방송 외주사는 고객 정보를 모두 A씨 일당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42명에게 약 22억 원의 토지를 판매했다. 경찰은 일부 토지의 경우 1평(3.3㎡)당 1만7천 원에 사들인 직후 93만 원에 판매, 최대 53배의 폭리를 취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방송 출연자 신분 인증의 미흡과 개인정보 유출 등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기존 부동산 광고·홍보 관행의 허점을 악용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가라는 방송 이미지를 악용한 점이 특징”이라며 “부동산 거래에 앞서 현지 공인중개사와 상담하고, 토지 이용계획확인서와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제방송 제작 과정과 온라인 부동산 홍보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지적된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는 신분 검증 강화와 방송사 책임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과 관련 당국은 추가 피해 사례 확인 및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후속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