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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국 대우 확보”…한국 의약품, 관세 협상 새 전기 → 한미 제약시장 판도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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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국 대우 확보”…한국 의약품, 관세 협상 새 전기 → 한미 제약시장 판도 변화 예고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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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약품 산업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중대 전환점에 섰다. 한미 양국이 최근 마무리한 관세 협상에서 한국산 의약품이 유럽·일본과 동일한 ‘최혜국 대우(MFN)’를 약속받으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는 “최선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관세 장벽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시장 내 한국 의약품의 경쟁력 향상 및 공급망 재편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이번 합의를 ‘관세 판도 전환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합의는 8월 1일부터 미국이 국가별로 적용하려던 상호관세 25%를 15%로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추후 반도체·의약품 등 주요 품목도 일본·유럽처럼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의약품의 관세 역시 이들 국가에 준하는 수준(15%선)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에 트럼프 대통령이 ‘200%’와 같은 고율 관세 적용 방침을 시사했던 만큼, 이번 타결은 한국 제약기업의 수출 전망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혜국 대우란 무역상 상대국에 대해 가장 유리한 관세·무역혜택을 부여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따라서 유럽, 일본에 확정된 15% 관세가 한국에도 자동 적용된다면 향후 경쟁 조건이 한층 형평성 있게 조정된다. 제약업계는 “동일한 기준 적용 자체가 업계의 전략 수립과 글로벌 마케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특히 한국은 바이오시밀러(동등 생물의약품)와 고난도 제제·제조 역량에서 미국·유럽 시장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이번 조치가 글로벌 확장에 새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 거점 현지화와 미국 바이오시장 진출을 병행하는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내 생산시설 인수 계획을 발표했고, 업계 전반적으로 현지 진출과 협력 확대 등 관세효과 최소화를 위한 전략이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의약품 공급망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는 흐름에서, 한국은 ‘중국 대체 공급망’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관세 협상의 명확한 품목별 기준, 위탁개발생산(CDMO)까지 적용 범위 등은 2주 내로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세부 품목 관세와 상호관세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확정돼야 업계 영향이 완벽히 판단된다”며 “유럽의 경우 특정 제네릭 의약품에는 무관세가 적용된 전례가 있어, 실질 기준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진출을 위한 정부·기업의 투자 확대도 관세 협상 테이블의 핵심 변수다. 정부는 조선, 반도체, 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병행키로 했고, 한국 바이오협회는 “현지 공장 증설, M&A, 연구 역량 고도화가 미국 내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이끌 방안”으로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은 제제기술, 생산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 부문에서 한층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 다만 구체적 세부안과 글로벌 기준 확정까지는 업계의 신중한 추가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산업계는 “최혜국 대우 확보가 실제 시장 점유율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과 공급망, 제도와 정책 대응이 공존하는 복합적 변화 속에서, 한국 의약품의 글로벌 위상이 어디까지 높아질지 주목된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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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약품#최혜국대우#한미관세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