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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은 해변 산책, 바람의 언덕까지”…영덕에서 만나는 여름의 느긋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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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은 해변 산책, 바람의 언덕까지”…영덕에서 만나는 여름의 느긋함

한채린 기자
입력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돌아보는 일이었다.  

구름이 많은 하늘과 바람이 머무는 해변, 영덕의 여름은 잠시 멈춰 서서 한 박자 쉬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시간이다. 오전 27.8도, 약간 선선한 온도와 좋은 대기 질. 한산한 항구길을 걷다 만나는 대게거리에서는 찬 바다 내음과 싱싱한 해산물 냄새가 자연스럽게 식욕을 자극한다.  

 

SNS에는 벌써부터 영덕대게거리를 배경으로 한 인증샷과, 초록빛이 짙어진 벌영리 메타세콰이어 숲길 산책 영상이 연이어 올라온다. 아이와 함께 백사장에서 소박하게 모래성을 쌓거나, 고즈넉한 괴시리 전통마을 골목을 천천히 걷는 가족 단위 여행객의 모습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영덕대게거리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영덕대게거리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의 영상 트렌드 및 여행 선호도 설문에서 영덕은 ‘계절 따라 즐기는 자연 산책과 해산물 미식의 도시’로 꾸준히 손꼽힌다. 장사해수욕장은 매년 여름 넓은 백사장과 잔잔한 파도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고, 숲과 바다가 모두 가까워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 짜기가 수월하다.  

 

전문 여행 칼럼니스트는 “영덕의 본질은 어딘가로 급히 달려가지 않아도 되는 느긋함”이라고 표현했다. 중간중간 비가 내려도, 우산을 들고 옛 마을 골목을 누비거나 여유롭게 실내 식당에서 대게를 맛보는 게 이곳만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기 날씨가 늘 궁금했는데, 흐린 하늘이 오히려 한적함을 더해준다”, “하늘이 흐릴 땐 오히려 숲 산책이 더 분위기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뜨거운 햇살보다 푸석한 구름이 반가운 요즘, 자외선이 걱정되는 낮에는 모자와 선크림을 챙기는 것이 필수라는 팁이 공유된다.  

 

영덕의 하루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며 바람의 언덕에 오르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완성된다. 소소한 계획, 느긋하게 비울 수 있는 휴식, 바람과 숲 그늘, 전통 골목이 주는 조용한 위로.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을 느끼는 시간이다. 바다와 숲, 전통이 모두 엮인 영덕에서 보내는 하루는, 우리 삶에 쉼표 하나를 남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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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강구항영덕대게거리#벌영리메타세콰이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