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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현실화”…중동발 해운·항공 혼돈 속 유가 폭등→세계 물류시장 긴장 고조
국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현실화”…중동발 해운·항공 혼돈 속 유가 폭등→세계 물류시장 긴장 고조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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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먼지와 햇빛이 뒤섞인 바람이 영겁을 순환하는 호르무즈 해협. 그 좁고 푸른 물길에서 터져 나온 파문이, 이제는 전 세계 바다와 하늘을 뒤흔든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또 한 번 심장을 아리게 했고, 봉쇄라는 두 글자가 국제 무역 노선마다 냉랭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세계 최대 해운 선주단체인 빔코의 발표에 따르면, 곳곳 해운사들은 점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길을 줄이고 있다. 야코프 라르센 빔코 담당자는 대부분이 익숙했던 루틴을 고수하려 애쓰지만, 일부 선사는 이미 해협을 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피터 터슈웰은 "위협이 실제적 공격으로 변하지 않는다 해도, 지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과 같은 불확실성이 대체 항로 구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 하파트로이드 등 글로벌 선사들 역시 '즉시 차질은 없다'고 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긴장 한복판에 서 있다는 불안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해운·항공 물류 대란…유가·운임 급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해운·항공 물류 대란…유가·운임 급등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유조선 화재 사고였다. 그 후로도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타격, 이란의 무력 반격이 이어지며 싸늘한 공기가 갈수록 짙어졌다. 카타르 당국이 LNG 수송선의 대기 명령을 내리고, 블룸버그가 전달한 해협 입구의 경계 태세 강화 역시 중동의 긴장수위를 생생히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해협 봉쇄나 유조선 직접 타격 가능성에 점점 더 귀를 기울인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관문. 국내 중동 도입 원유 역시 이 물길 없이는 오지 못한다. 유가마저 숨죽인다. 이스라엘-이란 충돌 직전 65달러를 밑돌던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어느새 75달러를 넘어섰으며, 만약 봉쇄가 현실이 되면 100달러를 향해 거침없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 운임 역시 빠르게 목을 죈다. 케이플러는 중동-중국 유조선 운임이 4월 중순 기준 24% 급등했다고 밝혔다. 물류 대란은 바다만의 일이 아니다. 에어프랑스-KLM, 루프트한자, 위즈에어 등 150여 개 글로벌 항공사는 항로 변경 혹은 운항 취소에 들어갔다. 중동 하루 취소 항공편만 3,000편을 넘긴다. 유럽 항공사들은 이미 러시아 상공 통과 제한으로 숨 가빴는데, 이번 사태로 아시아 왕복 시간도 1시간가량 늘어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전 세계 시장은 고요함 아래 일렁이는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것인가, 봉쇄 위협이 현실로 닥칠 것인가.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해운·항공 대란, 그리고 상승하는 물가지표들이 초여름 세계 경제에 묵직한 물음을 남겼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결 위로, 국제사회의 긴장이 숨소리마저 무겁게 실리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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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이스라엘이란충돌#국제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