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조정 건의”…정동영, 남북 불신 극복·대북정책 전환 시사
한미연합훈련 조정을 둘러싸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북측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정면 충돌했다. 연기·축소 등 훈련 조정이 급부상하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전환이 이번 정국의 중심에 섰다. 이와 함께 민간 대북접촉 전면 허용 방침 등 추가적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7월 28일 서울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 예정된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조정 문제를 29일 열리는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조정회의에서 주요하게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훈련 연기·축소 등 조정 방향에 대해 NSC 회의가 끝난 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일정의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북측의 강경 비판 직후 나왔다. 이날 김여정 부부장은 대규모 한미 군사합동훈련을 “침략적 성격의 연속 강행”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없고, 논의할 문제도 없다”며 대화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동영 장관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기존보다 순화된 표현”이라면서도 “남북 간 신뢰 부족, 불신의 벽이 다시 확인됐다”고 평했다.
한편 정 장관은 통일부에 민간 대북 교류 관련 접촉을 전면 허용하라고 지시했다. 지금까지 신고제임에도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된 관행을 시정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앞으론 신고만 하면 무제한 접촉하라는 것”이라고 밝혀, 대북 접촉 활성화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직접 나서겠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아울러 ‘국민 주권 대북 정책 추진단’ 설치 등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 숙의 창구도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대북정책 기조 전환과 함께 통일부 조직 개편도 본격 추진된다. 정동영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축소된 통일부 정원 복원과 폐지된 남북회담사무국, 교류협력국 재설치 방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통합 등에 대해 “곧 행정안전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흥식 추기경의 판문점 방문이 유엔군사령부에서 거절당한 데 대해서는 “충격을 받았다”며, “영토주권 가진 나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미연합훈련 조정 문제가 대북관계와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적 공감대 확보와 외교·안보 균형, 실효성 있는 대북정책 전환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NSC 조정회의 등 논의를 거쳐 최종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