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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사랑이 깃든 색채의 향연…샤갈 특별전 → 시간 너머 꿈을 만나다
문화

전쟁과 사랑이 깃든 색채의 향연…샤갈 특별전 → 시간 너머 꿈을 만나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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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꿈이 부유하는 어두운 전시실, 관람객은 고요히 걸음을 옮긴다. 미처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던 원화 일곱 점 앞에서는 시간이 잠시 멈춘 듯, 작가의 내면 서사를 따라 붓의 흔적이 가슴에 내려 앉는다. 7년 만에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마르크 샤갈 특별전: 비욘드 타임’에서는 170여 점의 작품이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시간을 건너 관람자를 맞이한다.  

프랑스 파리와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광휘, 그 안에서 피어난 전쟁과 사랑, 망명의 기억이 물감처럼 녹아든다. ‘보라색 수탉’과 ‘러시아 마을’에는 유년 시절의 환상과 상실, 인간 샤갈이 겪어야 했던 삶의 깊은 주름이 오롯이 담겨 있다. 관람객들은 유리 너머,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감도는 공간에서 샤갈이 바라본 희망의 색채를 또렷하게 만난다.  

올해로 작가의 서거 40주기를 맞아 마련된 이번 회고전은 단 한 차례도 공개된 적 없는 원화 7점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작품 그 자체를 넘어 ‘인간 샤갈’의 숨결에 다가서게 한다. 이 원화들은 전시 기획자가 수집가에게 진심을 전해 어렵사리 서울 무대에 올려졌다.  

한편,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이번 전시에 깊이를 더한다. 파리 오페라 극장의 천장화, 이스라엘 하다사 병원 스테인드글라스 등 근대 미술사의 명장면들이 빛과 영상, 음악의 결을 따라 스며든다. 공간 설계자인 가엘 르네는 “기술과 예술이 한국인의 미감에 어우러지도록 세심하게 공간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비욘드 타임’이라는 테마는 그저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 너머, 평생 사랑과 그리움, 고향에 대한 동경을 담아낸 화가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자리다. 관객들은 깊은 감상과 동시에 그의 예술에 숨겨진 인간적 외로움과 위로에 천천히 다가선다. 기획자들은 이번 전시가 “작품 너머 인간 샤갈과의 만남”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23일부터 9월 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예술적 시간의 깊이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잔잔한 여운과 진한 울림을 남긴다.

출처=뉴시스
출처=뉴시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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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샤갈#비욘드타임#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