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동포, 역사적 책임의 그늘 속에 연대 촉구”→국회, 제도적 포용 논의 본격화
근현대사의 아픔과 이방의 그늘을 견뎌온 사할린 동포들의 목소리가 오랜 침묵 끝에 국회에서 울려 퍼졌다. 80년 광복의 시간, 그리고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에 마주한 이날, 국회는 이방에 남겨져 온전한 귀향을 바라온 동포 사회에 제도적 포용의 길을 모색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과 양문석 의원, 그리고 지구촌동포연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정책토론회는 과거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에서부터 남북분단과 냉전의 소용돌이 속 희생당한 사할린 동포들과 그 후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동포청, 법무부 등 관계 부처가 참석한 자리에서, 이재강 의원은 “계속되는 논의가 실효성 있는 정책과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가가 동포 공동체의 연대에 앞장설 것임을 약속했다. 양문석 의원 역시 “외로움에 내몰린 사할린 동포들에게 국가의 존중과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 절차와 정착지원, 그리고 일본 유사 사례 비교까지 총망라해 구체적 정책방향을 논의했다. 사할린 국립대 임 엘비라 학장과 사할린한인협회 박순옥 회장, 이 세르게이 청년회장은 “사할린 동포사회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포용적, 지속가능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귀환 뒤 세대의 정체성 회복, 문화·언어 적응 지원 또한 반드시 병행돼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임 학장은 사할린 동포 1세대 사망 이후에도 2·3세대가 영주귀국을 원하지만 복잡한 법적 제약 탓에 꿈을 이루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실질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홋카이도대 파이차제 스베틀라나 교수는 일본의 귀환자 정착 과정에서 행정의 일관성과 초기부터의 통합 지원의 중요성을 짚어 주목을 받았다.
이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 소장은 체계적 지원 방안으로 재외동포청 산하에 사할린동포지원재단, 사회통합교육원, 지역지원센터 설립 등 단계별 정착서비스 구축 필요성을 제안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재외동포청 이기성 정책국장, 권경석 전국사할린귀국동포연합회장,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 조영관 변호사, 법무부 관계자 등이 제도 개선과 지원 확대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기성 국장은 “광복 80주년의 역사적 의미 앞에서 사할린 동포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무겁게 느낀다”며 “영주귀국 대상 확대, 국내 체류 동포 생활 지원에 재외동포청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할린 동포들이 명예로운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적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 역시 분명히 했다.
2021년 시행된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직계비속까지 포괄해 정착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이 제도에 힘입어 올해 270명에 이르는 사할린 동포와 후손들이 영주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국회와 정부는 후속 입법과 정책 강화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사할린 동포사회의 목소리가 제도적 보호와 실질적 포용으로 이어질지, 역사적 전환을 맞은 이 논의의 여운이 국민적 관심 속에서 깊게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