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 감동 물결”…추신수, 선수 생활 마감→SSG·한국 야구 헌신 다짐
저물어가는 햇살 아래,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오랜 동행을 마감하는 따스한 박수로 가득했다. 통산 15년 넘게 메이저리그를 누빈 뒤 한국 무대에서 마지막을 불태운 추신수의 은퇴식. 가족을 등 뒤에 둔 그의 눈가엔 말 못할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경쾌한 시구와 시타, 세월을 함께해 온 이들과 현장을 찾은 어린이들, 그리고 묵묵히 헌신한 SSG의 스태프들까지, 모두가 이 순간을 축제로 만들었다.
추신수는 경기 시작 전 팬들과 눈을 맞췄다. 마운드 위 아내 하원미씨가 시구에 나서고, 딸 추소희양이 시타로 답하자 관중은 환호와 탄성을 이어갔다. 오랜 세월 자신을 성장시킨 야구장이, 이날만큼은 가족의 품이 됐다. 스포트라이트 뒤엔 추신수가 남긴 수많은 기록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천652경기,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2021년 SSG에 합류한 이후 KBO리그에서도 439경기, 타율 0.263, 54홈런, 205타점, 51도루로 ‘한국 빅리거 선구자’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한편, 이날 무대에는 추신수가 MLB 시절 함께 뛰었던 아드리안 벨트레와 콜 해멀스가 직접 한국을 찾아 축하를 전했다. 이대호, 오승환, 류현진 등도 영상 메시지로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 등번호 17번이 새겨진 트로피를 건넨 SSG 구단의 세심한 배려, 그리고 후배들이 보여준 존경의 박수는 야구장이 울림의 공간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구단은 순위 싸움과 맞물린 일정으로 은퇴식 날짜를 조정했다. 많은 이들의 응원이 모인 이날, 추신수는 “사랑하는 야구를 평생 할 줄 알았다”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어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가족처럼 안아준 모두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야구가 준 또 다른 선물, 가정에 대한 애틋함은 긴 연설 끝에도 낭랑했다.
관중석은 팬들의 환호로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장을 떠나는 발걸음마다, 지난 20여 년이 떠오른 듯 추신수는 한 명 한 명에게 시선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SSG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뛰고, 한국 야구 발전에 헌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전했다.
이제 그는 SSG 구단주 보좌역과 선수 육성 총괄로서 새로운 길을 시작한다. 한 시대를 연 야구인 추신수의 다음 이야기는, 2024시즌부터 다시 SSG와 한국 야구의 역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그가 걸어갈 두 번째 인생은 이제 막 서막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