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AI 혁명 예고”…앤디 재시, 사무직 대이동→글로벌 노동시장 어디로 가나
미국 시애틀의 흐린 하늘 아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본사에선 보이지 않는 변화의 바람이 분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는 전 직원에게 전한 메시지로 침묵을 깨뜨렸다. 인공지능(AI)의 약진이 사무직 일자리에 쓰디쓴 그림자를 드리운다며, 수년 내 조직의 대규모 재편이 찾아올 것임을 예고했다. 거인의 발자취 아래, 글로벌 노동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재시 CEO는 생성형 AI와 AI 기반 소프트웨어 에이전트가 아마존의 업무 문화 속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강조하며, 재고 배치와 제품 목록 관리, 고객 서비스 같은 핵심 분야에 이 혁신이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음성 비서 ‘알렉사+’와 아마존 웹 서비스의 클라우드 AI 솔루션 등, 막대한 투자가 현실을 빠르게 바꾸는 중이다.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관리직과 사무직 중심의 인력은 조용히 줄어든다.

아마존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전체 156만 명 가운데 약 35만 명이 사무직이다. 미국 민간 고용 시장 2위의 자리에 올라 있는 이 거대 기업도 이제 관리직 중심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물론 물류창고나 현장 중심의 일자리는 한동안 큰 변화가 없겠으나, 흘러드는 혁신 앞에서 책상과 모니터가 줄어드는 하루가 빠르게 다가온다.
그 어떤 변화도 현상에 유예는 없다. 오픈AI의 경쟁사 ‘앤스로픽’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AI가 5년 내 신입 사무직의 절반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단언했고, 그 충격파로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어두운 예측도 내놨다. AI 기반의 업무 자동화는 이미 듀오링고, 쇼피파이 등 글로벌 스타트업과 테크기업 채용 정책을 연달아 바꿔놓았다. 신규 채용의 문턱은 높아졌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무만이 그 문을 통과하게 된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몇몇 목소리는 변화 너머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AI는 미래의 생산성 혁명과 새로운 직종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AI의 대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또한 ‘AI가 인간 일자리의 10~20%를 위협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기술과 관리의 균형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며 한줄기 균형의 시선을 전달한다.
이 거대한 물결은 이미 글로벌 IT와 제조, 서비스 기업 전반의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AI 기술의 가속화에 따라, 각국 노동시장과 경제지형은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변화한다. 투자자와 각국 증시, 정책당국 모두 긴장어린 눈빛으로 변화의 속도와 폭을 가늠하고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이들 거대 기업의 행보는, 곧 세계 노동과 인간의 역할을 묻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혁신과 상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계절, 인류는 AI와 함께 일하는 미래의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