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 품은 그라운드”…이정후·김혜성, 메모리얼 데이 추모→MLB 팬들 울림 남겨
생소했던 붉은 양귀비 한 송이가 경기장 전체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잔잔하게 내려앉은 정적은 선수와 팬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 이정후와 김혜성은 각자의 구장에서 한마음으로 가슴팍에 양귀비꽃을 달고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27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는 2024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이정후는 빨간 양귀비꽃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선발 출장하며 묵직한 분위기 속 첫 메모리얼 데이를 경험했다. 동시에 클리블랜드에서 뛴 김혜성을 포함해, 리그의 모든 선수와 심판이 동일하게 추모 패치를 달아 그 의미를 더했다.

미국 현지 기준 5월 마지막 월요일마다 진행되는 메모리얼 데이는 군 복무 중 순직한 이들을 기리는 의미를 가졌다. 올해부터는 ‘우리가 잊지 않도록’이라는 메시지가 더해진 양귀비꽃 패치 착용이 의무화됐고, 이정후는 지난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더욱 각별한 심경을 전했다.
7회초 1사 1루, 오후 3시가 되자 경기는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이정후와 선수단, 그리고 경기장을 채운 관중들은 한마음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양귀비꽃은 제1차 세계대전 벨기에 플랑드르 전투에서 대거 피어난 빨간 꽃으로, 연합군 사이에서 전사의 상징이자 추모의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날 유니폼과 관련 상품 판매 수익을 군인 유가족과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하기로 하며, 올해만 100만달러가 넘는 기금 편성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구단 관계자는 “경기장 안팎에서 서로가 지닌 감사와 슬픔이 자연스럽게 공존했다”고 감회를 밝혔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팬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모두가 하나가 된 의미 깊은 순간”이라는 반응과 함께, 선수와 관중이 함께한 추모의 의미에 깊은 울림이 쏟아졌다.
5월 말의 메모리얼 데이 행사를 끝으로 메이저리그는 다시 치열한 시즌 경쟁에 돌입한다. 이정후와 김혜성의 소속팀 역시 주중 시리즈를 통해 각 리그의 중위권 순위 다툼을 계속 이어간다.
빨간 양귀비꽃이 전한 말없는 묵념, 그리고 담백한 연대의 순간은 그라운드의 빛과 함께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메이저리그 추모의 시간과 기록은 미국 현지 야구팬뿐 아니라, 스크린 너머의 이들에게도 조용한 사유와 울림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