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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비만 급증”…전문가들, 적극적 치료·보험 확대 촉구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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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국내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이 2배 가까이 증가하며 공중보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비만이 조기 합병증 및 정서적 어려움을 유발하는 만큼, 관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과 사회적 인식 개선 등 체계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문제를 '복합 건강위험 관리체계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영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내분비 분과전문의는 최근 열린 미디어세션에서 "10대 시기 비만이 20~30대 이른 시기에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등 중증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며 "성인보다 치료 접근성이 더 중요함에도 현재 보험급여 적용 등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아주대병원 이해상 교수 발표에 따르면, 2015~2024년 국내 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한국의 5~19세 소아청소년 과체중 및 비만 유병률은 동아시아 4개국 중 가장 높았다.

기존 연구에선 부모 모두가 비만일 경우 자녀의 비만 확률이 크게 높아졌으며, 특히 14세 이후 여학생의 비만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는 운동 부족 및 불규칙적인 식습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청소년기의 비만은 80% 이상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며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등 대사질환 동반 가능성도 크다. 2024년 정부 연구에 따르면 알게 된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의 절반 이상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대사질환을 함께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비만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자존감 저하, 불안 및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 학업 성취 저하, 사회적 적응 장애로도 연결된다. 이탈리아 사례에 따르면, 비만 청소년은 정상체중 대비 1.3~2배 우울증 경험률이 높고, 괴롭힘 경험도 고도비만일수록 2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비만 문제를 지연시키지 말고 성인기 이전, 조기 개입이 필수라고 본다.

 

홍용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국내 청소년은 체중 증가를 개인 책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며 "이로 인한 내면화, 가족 내 소통·정서적 지지 부족이 생활습관 개선을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국제 공동연구에서도 한국 청소년 및 보호자의 80% 이상이 자신 또는 자녀의 비만을 인지했지만, 건강상 심각성 인식은 의료진보다 낮았다. 근본적으로 비만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낙인, 가족 내 인식차 분리를 줄이고, 가족 중심·사회 연계 치료체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오르리스타트, 리라글루티드 등 기존 약물 외에도 세마글루티드(위고비) 등이 12세 이상까지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어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약물 남용 우려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 우선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영국·호주 등에서도 청소년 비만을 사회적 질환으로 다루는 정책적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서는 '소아비만 국가책임제' 공약 등 제도화 논의도 시작됐으나, 치료제 보험 급여화, 정서지원, 학교·가정 연계교육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의 복합적 위험은 성장기 소아청소년 신체와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성인병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산업계와 보건당국은 소아청소년 비만의 조기 진단 및 치료,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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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비만#이영준#홍용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