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말더듬 유발한다”…美 연구진, 57개 유전자좌 확인→정밀 치료 새길 열려
언어장애의 일종인 말더듬이 환경적 스트레스나 가정환경이 아닌,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5일, 세계적으로 4억 명 이상에게 영향을 끼치는 말더듬에 대한 분자 유전학적 근거가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 발견으로, 발달성 언어 장애에 대한 기존 진단·치료 패러다임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논문을 ‘정밀 치료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최신호에서 말더듬과 연관된 57개 유전자좌(염색체 내 특정 위치)를 대규모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을 통해 도출했다고 밝혔다. 기존 학계에서 환경·심리적 원인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100만 명 이상 인구의 10만건 말더듬 사례, 1000만건에 달하는 대조군을 2차 분석해 신뢰성을 높였다. 일부 유전자좌는 자폐증, 우울증, 음악성과도 통계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적으로, 말더듬의 주요 특징인 음절 단위 반복, 소리 연장 및 단어 간 끊김이 높은 빈도로 반복된다. 연구진은 아동(2-5세) 말더듬 유발에 있어 공통된 유전적 변이 외에도 성별, 조상 집단에 따른 유전자 변이 차이를 확인했다. 특히 기존 신경발달장애(자폐증 등) 연구와 달리, 말더듬은 자발적 회복이 약 80%라는 점에서 현장 치료 전략 차별화가 예고된다.
유전체 기반 진단은 말더듬 등 정밀의료 적용영역 확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유전 정보를 이용한 미래형 언어 장애 치료가 가능해지면, 기존 심리·행동 중심 중재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환자의 개인·가족력이나 트라우마에 원인을 돌리던 기존 인식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차원에선 미국, 영국 등에서 이미 유전체 기반 언어장애 근거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산업계 역시 정밀의료, 인공신경망 활용 진단기술 등과 연계해 후속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현행 의료제도(보험·장애등급), 데이터 기반 아동 언어장애 평가에서 유전분석 활용이 미흡한 점은 과제로 지적된다. 미국 FDA, 유럽 EMA 등도 관련 임상 진입 허들을 설정 중이며, 말더듬 치료제 인허가 논의가 초기 단계다.
연구 리더 제니퍼 빌로우는 “말더듬은 개인이나 가족의 결함이 아니라 유전자 영향”이라고 밝혔고, 공동 저자 딜런 프루엣은 “낙인을 줄이고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유전체 연구에 기반한 정밀 진단과 신약 개발이 발달 언어장애 치료의 새 장을 열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유전자 연구가 실제 임상과 보건교육에 어떻게 반영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