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4달러 돌파…국제유가, 대러 제재 고조 속 중동 변수에 수급 불확실성 확대
국제유가가 다시 한 번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5월 2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1.84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6% 가까이 뚜렷이 상승했다. 브렌트유도 세 거래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서며 64.90달러에 안착했다.
이 같은 움직임의 중심에는,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과 이란 핵 협상 결렬에 대한 우려가 가로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에너지 산업 전반에 미칠 제재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공급망에 긴장이 퍼진 순간, 원유 시장은 그 충격을 민감하게 흡수했다.

더불어 이란 핵 협상의 불확실성은 유가 급등에 또 다른 불을 지폈다. 미국과 이스라엘 지도자들 사이의 공개적인 신경전 소식이 이어지면서, 만약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이나 제재가 실제화될 경우, OPEC 회원국인 이란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OPEC 플러스를 포함한 산유국 연합은 이날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2026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은 부분적 감산 복귀를 모색하고 있으나, 7월 증산의 폭은 31일 개최 예정인 화상회의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변화의 파도는 일렁이고 있다. 북반구 여름휴가와 중동 지역 냉방 전력 수요 증가는 에너지 향방을 더욱 유동적으로 만들었다.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전략가는 “균형을 이룰 것으로 여겨진 원유 시장이 수요 증가와 일부 산유국의 증산 움직임이 맞물려 60~70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유가의 향배는 공급 축소, 수요 팽창, 움직이는 지정학 구도 속에서 유동성을 더해가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 투자자 모두가 오는 31일 OPEC 플러스의 증산 논의와 중동을 둘러싼 정치적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가올 여름, 에너지 가격은 다시 한 번 세계 경제의 흐릿한 경계선을 그리며, 시장의 안개 속에서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