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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이란 군사 개입 논의”…뉴욕증시 3대 지수 급락→국제 금융시장 경고음 커진다
국제

“트럼프의 이란 군사 개입 논의”…뉴욕증시 3대 지수 급락→국제 금융시장 경고음 커진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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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거리 위로 늦은 저녁이 내려앉은 17일, 세계 금융의 심장 뉴욕증시에서는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번졌다.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대치가 한층 격화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심리는 한 장의 얇은 유리처럼 흔들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99.29포인트 내린 42,215.80으로 마감하며, 금빛 전광판 위 수치는 조용히 저물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0.84%, 0.91%씩 하락하며, 하루 동안 시장 전체에 드리운 불안의 그림자를 실감케 했다.

 

긴장의 불씨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모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적인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시간 넘게 이란 핵심 시설 공격과 최고지도자 제거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트루스소셜 계정에 "이란 최고지도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남겼다. 미군의 직접 개입 가능성마저 거론되자, 투자자들은 위험에서 달아나려는 듯 주요 지수 매도를 서둘렀다.

뉴욕증시 3대 지수 0.7~0.9% 하락 마감…트럼프 이란 군사 개입 논의 영향
뉴욕증시 3대 지수 0.7~0.9% 하락 마감…트럼프 이란 군사 개입 논의 영향

에너지 업종만이 전장의 한복판에서 1% 넘는 상승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국제유가가 4%대 급등하며 엑손모빌과 셰브런 같은 거대 에너지 기업의 주가는 1% 넘게 올랐고, 록히드마틴과 RTX 등 방산 대표주 역시 소리 없는 상승세를 탔다. 반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는 미국 대형 기술주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테슬라는 3.88%, 인공지능 방위산업체 팔란티어는 2.27% 하락했다. 재생에너지 세액공제 폐지 방침이 나오자 태양광 시장의 선런은 40%, 인페이즈에너지는 23.97% 급락하는 등 녹색경제에 찬바람이 불었다.

 

경제의 체온을 잴 소매판매 지표도 차갑게 식었다. 미국 상무부가 전한 5월 소매판매는 7,154억달러, 전달대비 0.9% 줄며 2023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자동차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컨트롤 그룹 매출은 0.4% 늘었으나,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욱 조심스럽게 닫혀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크리스 럽키 Fwd본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래 불확실성을 앞두고 저축이 늘고 소비가 줄고 있다"며 현 세태를 진단했다.

 

시장 불확실성의 또다른 척도, CBOE 변동성 지수(VIX)는 21.60을 기록하며 13% 가까이 뛰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7월 금리 동결을 점치는 전망도 85.5%로 굳어져, 추가 변동성 확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한층 짙어졌다.

 

이란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강경 노선은 국제적 파장을 예고했다. 월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예민한 진동을 남길 수 있음을 경고한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의 실타래는 단순한 지역분쟁을 넘어 유라시아 전체, 그리고 에너지 시장의 향방에까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투자자들은 지금, 전광판 너머 보이지 않는 전운을 응시하며 다음 한 주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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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뉴욕증시#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