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해체쇼가 궁금해”…노량진에서 만나는 도심 속 바다축제의 새로운 물결
요즘 서울 한복판에서 바다를 만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 같으면 멀리 떠나야만 누릴 수 있던 신선한 해산물과 푸른 바다의 감동이, 이제는 지하철역 한 정거장 거리에서 우리의 일상이 됐다. 시장 곳곳을 떠도는 바닷바람, 음악과 미식의 환호, 그리고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함께 웃는 그 순간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우리가 도시에 기대는 새로운 삶의 리듬이 담겨 있다.
실제로 10월의 노량진 수산시장엔 특별한 물결이 일렁인다. 2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도심 속 바다축제’는 잘 알려진 수산시장의 활기뿐 아니라, 참치 해체쇼와 콘서트, 아이들에게 인기인 바다놀이 체험까지 더해져 명실상부한 서울의 가을 대표축제로 자리 잡았다. SNS에는 해체쇼 인증샷과 즉석 해물 꼬치 사진, 이찬원과 왁스 등 아티스트 무대를 담은 동영상이 쏟아진다. 먹는 즐거움만큼 노들가요제나 레이저 퍼포먼스 등 공연을 기다리는 이들의 기대도 뜨겁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해마다 축제 방문객이 늘고, 시장 주변 숙박·음식점 매출 역시 함께 오른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도심에서 즐기는 ‘로컬 미식 경험’, 가족 단위 체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동작구청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도시민들의 여가 트렌드가 단순 소비에서 직접 체험, 오감 만족의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단골만 찾던 재래시장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분석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터가 됐다. “아이 손잡고 전어 굽는 연기에 코끝이 간질거리던 주말”, “제철 새우를 뜰채로 직접 잡아보니 시장이 더 친근해졌다는 엄마 아빠”, “음악을 들으며 해산물을 맛보는 게 이렇게 근사할 줄 몰랐다”는 체험담도 쏟아졌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서울 사는 재미가 이런 데 있었네요”, “올해도 친구들이랑 수산시장 나들이였어요. 꼭 오세요”라며 서로의 노량진 인증을 이어간다.
그만큼 도심 속 바다축제는 사람들의 주말 풍경을 바꿔놓았다. 바다 대신 시장을 찾은 도심인들은 직접 보고, 만지고, 먹으며 숨은 취향을 발견한다. 화려한 셰프의 레시피 쇼, 히든싱어 우승자 미니콘서트, 아이들을 위한 만들기 체험까지 곳곳에 라이프 스타일의 작은 기쁨이 녹아든다. 예전처럼 ‘수산시장 = 신선하다’는 공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장 = 나를 새롭게 채우는 공간’이란 인식이 도심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작고 짧은 축제지만, 그 안엔 바다로 열리는 도시의 또 다른 창이 있다. 평범한 토요일 오후, 참치 해체쇼에 넋을 놓고, 거리 콘서트에 발을 멈추며, 우리는 잠깐이라도 도심 속 푸른 물결을 함께 누린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