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각료급 한미 관세 협상”…김용범·김정관, 미국행에 돌파구 주목
한미 3천500억달러(499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의 이행 방안과 관련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의 최종 담판을 위해 출국한다. 다가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조율 중인 상황에서, 실질적 마지막 각료급 대면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양국 간 합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부는 15일,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장관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이 제기한 관세·투자 이행 쟁점을 논의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두 인사는 러트닉 장관을 직접 만나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절차를 조율할 예정이다. 특히 3천500억달러 투자 중 현금 직접투자(equity) 비중,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투자처 선정과 관련한 합리성 보장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우리 정부가 수정 제안을 내놓은 상태이며, 미국도 일부 변화된 입장을 내비쳤다.

김정관 장관은 9월, 그리고 10월 4일에도 러트닉 장관과 이어진 협상에서 한국 정부의 수정안을 전달했다. 아울러 조현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에서 "미국 측에서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왔다. 지금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히며, 실무선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음을 내비쳤다. 한국 정부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직접투자 비중의 합리적 상한, 투자 프로젝트 선정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 보장 없이는 미국이 제시한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도 분명히 했다.
현재 핵심 쟁점은 3천500억달러 투자 중 한국 부담액의 직접투자 비율과 외환시장 불안 방지를 위한 '안전판' 마련에 미국이 어느 정도 긍정 신호를 보일지다. 한국은 대부분을 대출·보증 방식으로 하되, 실제 직접 현금 투자는 5% 수준을 구상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에 요구했던 수준의 ‘투자 백지수표’ 형식을 원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역시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조선 등 전략 산업의 공급망 필요성 속에 한국의 역할을 절실히 의식하고 있어, 상호 절충여지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배수진을 쳤다. 투자 방식에 안전장치가 없다면 MOU 서명 자체도 어렵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3천500억달러 전액을 선불로 요구하거나 현금 일괄 이체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도 나왔다. 일본 정부와의 유사 투자 MOU 역시 현금투자와 신용보증, 대출이 혼합된 방식으로 체결됐고 현금 비중은 낮았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식 미국 주도 방식이 반복될 경우, 대형 프로젝트마다 현금요구가 커져 감당 여부에 우려를 토로하는 상황이다.
이번 김용범 정책실장 동행은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타결 시점을 앞당기려는 청와대의 총력 의지를 반영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워싱턴DC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계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한미 협상 측면 지원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전략산업의 공급망 구축·지속을 위해 한국의 협력 의존도가 크다는 점,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와 같은 지정학적 변수도 절충안을 유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김정관 장관이 요구한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는 실현 가능성에 한계가 있지만, 한국 정부가 부담능력 제한과 투자 안전판 필요성을 강조하는 카드로 활용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아울러 경색된 협상 국면에 우라늄 농축, 핵연료 재처리 허용과 같은 외교적 과제도 한미 패키지 협상의 미묘한 지렛대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실제 이 분야에서 일부 해법이 제시될 경우, 대미 투자비 부담에 대한 국내 여론의 수용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정부의 배수진과 미국 측의 신호가 맞물리면서, APEC 정상회동 직전 양국이 절충안 마련에 성공할 지가 주목된다. 정치권과 재계 등은 한미 협상이 국내 산업, 외교·안보 협력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주목하며, 향후 국회 비준·여론 흐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김용범·김정관 대표 협상단이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외교·경제 채널 총공세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