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산업, 투자위축의 그늘…WTI 하락에 시추 장비 553개→내년 생산 충격”
서부의 평야 위로 뿌연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미국 셰일 시추 장비의 날카로운 강철빛과 함께 산업의 심장 고동이 점차 희미해진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5일 전한 바에 따르면, 미국 땅을 누볐던 시추 장비들은 지난 1년 새 26개가 줄어들어 553개만이 고독하게 남아 있다. 10년간 이어온 역동적인 성장 곡선 또한 끝자락에 머물고 있다.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사이에도 10개의 시추 장비가 다시 운휴에 들어갔다. 배럴당 61.53달러까지 하락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변동성의 소용돌이를 이어가고, 이는 곧 대형 셰일업체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한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밝히는 손익분기점 65달러 아래로 미끄러진 유가는 셰일 산업에 치명적 짐이 됐다.

대형 에너지기업 경영진들은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현 상황을 견뎌내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SM 에너지의 허버트 보겔 CEO는 한 줄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버텨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의 고백은 현장의 팽팽한 긴장을 그대로 전한다. OPEC+ 증산 가속화, 관세 부담, 소재비 인상 등 구조적 난관이 산재한 가운데, 상위 20개 셰일업체는 올해 3%의 자본지출 축소로 방어선을 쳤다. 옥시덴털 페트롤레움 역시 시추 장치 2개를 줄였고,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의 스콧 셰필드 전 사장은 “배럴당 50달러 선이 무너지면 하루 30만 배럴까지 미국의 생산량 감소도 예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미중 무역전쟁, OPEC+의 전략 증산이 겹치면서 셰일 기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S&P 글로벌 커머더티 인사이트는 “내년 원유 생산은 하루 1,330만 배럴로 1.1% 줄어 코로나19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 내다봤다.
시장 불확실성의 파장은 미국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 세계 원유 지형을 다시 짜는 OPEC+의 움직임,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진이 글로벌 에너지 질서에도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트래비스 스티스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회장은 “지금처럼 낮은 유가 상황에선 수익성 자체가 쉽지 않다”며 산업 전반의 엄혹함을 재확인했다.
미국 정부의 증산 독려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의 그늘과 원가 급등, 글로벌 무역 질서의 충돌 등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미국 셰일 산업은 저마다의 한계와 마주하고 있다. 업계는 만약 내년 생산 감소가 현실로 이어진다면, 세계 원유 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투자자들은 깊은 불안감 속에 새로운 전략을 고심하고 있으며, 셰일의 심장소리가 다시금 힘차게 울리기 위한 기도 역시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