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바뀌는 신약개발 교육…협회, 2차 자문위로 K바이오 속도전
AI 기반 신약개발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전략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업계가 교육과 인력 양성을 정교하게 재편하며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운영 중인 AI 신약개발 교육 플랫폼과 자율실험실 인프라를 중심으로, 타깃 발굴과 후보물질 최적화 과정 전반에 AI를 어떻게 스며들게 할지가 향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른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문위원회를 AI 기반 신약개발 생태계 고도화의 실제 이행 단계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8일 2025년 2차 AI신약개발자문위원회를 전날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호텔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 AI 신약개발 인력 양성 전략, 공동 연구개발 모델, 생태계 전반의 수준 제고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위원회에는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교육 커리큘럼과 인프라 구축 방향에 대해 자문을 제공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AI 기술 발달이 제약바이오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빠른 속도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가 이에 맞춰 K AI 신약 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 사업과 SDL 자율실험실 구축 사업을 동시에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전임상과 임상 전 주기에 걸쳐 AI 모델을 접목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개발 성공 가능성 평가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AI 신약 개발 인재 양성과 공동 R D 생태계 고도화였다. 참석자들은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타깃 선정과 검증 역량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유전체, 전사체, 단백질체를 포함하는 이른바 오믹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 관련 타깃을 우선순위화하는 능력을 교육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AI 모델이 방대한 오믹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 후보를 제시하더라도, 이를 해석하고 실험 전략으로 연결하는 전문 인력이 없으면 실제 개발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한 시장성·경쟁력·특허성 평가 역량을 키우는 방안도 논의에 포함됐다. 위원들은 LLM이 논문, 특허, 임상 데이터, 시장 리포트 등 비정형 텍스트를 종합 분석하는 데 강점을 가진 만큼, 교육 단계에서부터 이를 활용해 타깃의 상업적 가치와 경쟁 환경, 지식재산권 확보 가능성을 다각도로 판단하는 능력을 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가 제안한 타깃이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특허 회피 여지가 있는지, 후속 파이프라인 전략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현재 교육 인프라의 중심축으로 LAIDD AI 신약 개발 교육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다. LAIDD는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AI 활용 신약 개발 교육 및 홍보 사업의 일환으로, 2021년부터 운영이 시작됐다. 플랫폼을 통해 제약사 연구원, 바이오 스타트업 인력, 대학원생 등이 약물 타깃 발굴, 구조 기반 설계, 후보물질 스크리닝과 최적화에 이르는 AI 활용 기초를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최근에는 알고리즘 사용법 중심 교육을 넘어, 실제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AI를 통합하는 실무형 프로그램 확대 논의도 이뤄지는 분위기다.
AI 기반 신약 개발 자율실험실 SDL 인프라 구축도 병행된다. SDL은 로봇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설계, AI 모델 예측을 결합해 실험 설계부터 수행, 데이터 피드백까지 반복하는 자율적 실험 환경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협회는 이 인프라가 본격 가동되면 후보물질 합성·평가 과정에서 실험 시간을 단축하고, 실패 데이터를 포함한 전 과정을 AI가 학습함으로써 설계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임상 단계에서 반복되는 in vitro·in vivo 시험을 데이터 중심으로 최적화해, 개발 비용을 줄이고 타깃 검증 속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외에서는 이미 AI를 활용한 후보물질 탐색과 합성 가능성 예측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협회는 국내 인력과 기업이 글로벌 AI 신약개발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개별 회사 차원을 넘어선 교육 플랫폼과 공동 실험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자문위원회가 LAIDD와 SDL을 연계한 통합 교육·실습 생태계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한 연구자는 AI 기반 신약개발이 실제 상용화 단계까지 이어지려면 기술 자체보다 이를 다루는 인력과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다며, 오믹스 데이터 해석력과 LLM 활용 능력을 갖춘 연구자가 산업 전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협회의 교육·인프라 전략이 AI 신약개발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안착시킬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