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법제화 신호탄”…의료법 개정안 본격 논의
비대면 진료(원격의료)가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전환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본격 논의되며, 업계·의료계·정부가 각각 현실적 모델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용자 수가 492만명에 이르면서 실효성과 수요는 이미 입증됐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입법 추진을 “비대면 플랫폼 제도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최근 최보윤, 우재준, 전진숙, 권칠승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재개했다. 이번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서비스 대상을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설정해 플랫폼 생태계를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원격의료산업협회(원삽협)는 비대면 진료 대상을 폭넓게 인정하고, 과학 기반 표준 임상 지침을 마련하는 정책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기존에는 대면 진료(오프라인 방문)가 원칙이었고, 비대면 방식은 감염병 등 예외 사항에 한해 한시 운영됐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2만3000여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492만 명이 이용하는 등 대규모 사례 데이터가 축적됐다.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경우 외 모두 허용) 방식을 도입해 플랫폼 운영의 유연성 확보와 환자 보호 간 균형이 관건이다. 업계는 “의사의 1차적 판단권 존중과 의료기관의 자율성 보장”을 강하게 요청했다.
현재 미국은 각 주별로 원격진료 허용 범위와 규제가 다르지만, 팬데믹 이후 자발적 진입장벽 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독일은 디지털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DiGA) 제도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비대면치료 및 원격진료 앱을 인증·관리한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소프트웨어에 대해 의료기기 소프트웨어(SaMD) 인증 적용을 본격 검토 중이다.
시장 저변 확대와 동시에 의료계의 우려도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 및 전자처방전 대응 TF’ 조직을 신설하고, 과도한 환자 쏠림·의료사고, 불완전 진료 이슈에 대한 입법적 보완을 요구했다. 특히 초진(첫 방문 환자)과 재진(재방문) 구분, 처방 범위 통제 등 행정기준과 실질 기준 간 충돌이 현장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도 플랫폼 자격 요건, 데이터 보호, 임상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중대한 의료사고 보고가 없으며, 병원쏠림 등 사회적 우려도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향후 플랫폼 관리 감독과 효과적 거버넌스 체계를 위한 시범사업·법령 개선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법과 기술, 시장 수요를 모두 아우르는 거버넌스 체계가 자리잡아야 산업 생존력이 살아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신뢰 생태계 조성이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법제화 논의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