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기술 수출이 실적 견인”…국내 제약사, 플랫폼 수익 확대 본격화
신약 기술 수출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실적 지형을 바꾸고 있다. 빅파마와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 임상 진전 따른 마일스톤 수령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면서, 기술 집약형 바이오 기업의 성장 전략이 재조명받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의약품 경쟁에서 기술 플랫폼의 가치가 ‘핵심 자산’이 된 만큼, 이번 실적 개선 흐름을 차세대 바이오 투자 선순환의 단초로 해석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57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797% 급증했다. 매출 대부분인 739억원은 5월에 수령한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의 글로벌 제약사 GSK 기술 수출 계약금에서 발생했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4월, 최대 3조9623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 플랫폼은 혈관-뇌 장벽 투과 효율을 높여 신경질환 치료제 시장의 미충족 니즈를 해소할 원천 기술로 꼽힌다. 회사 측은 협업을 통해 복수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이 진행될 경우,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최대 3조9623억원 수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또한 2분기 처음 흑자 전환, 407억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역시 폐암치료제 ‘렉라자’의 상업화 성공과 연계된 기술수출 수익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0.1% 증가한 456억원, 매출은 8.1% 늘어난 5562억원을 기록했다. 라이선스 수익만 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502%의 폭증세를 나타냈다. 이는 ‘렉라자’의 일본 시장 진출에 따른 기술료 약 207억원이 올해 2분기부터 반영된 결과다. ‘렉라자’는 2018년 임상 1상 단계에서 미국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글로벌 권리가 기술이전 됐다.
종근당도 5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며 첫 마일스톤(69억원)을 수령한 점이 올 2분기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종근당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 HDAC6 억제제 ‘CKD-510’ 개발을 진행하며, 노바티스와 체결한 총 13억500만 달러(약 1조73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의 첫 성과를 올렸다. 노바티스는 전세계 독점 권리를 확보, 종근당은 추가 개발·상업화 단계마다 마일스톤을 받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 성과들은 국내 제약사의 R&D 플랫폼이 기술집약적 구조로 급속히 전환 중임을 방증한다. 기존 내수·제네릭 중심에서 글로벌 신약개발 생태계로 확장되는 사례로, 수익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투자 유치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아시아 신흥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 파이프라인 다양화와 효율적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제약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후보물질 탐색·최적화, 글로벌 기술이전 통한 오픈 콜라보레이션이 표준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업계는 이번 마일스톤 실적이 대규모 후속 R&D 투자 및 임상 가속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술 수출의 단계별 성과가 실적과 투자 흐름에 순환적으로 반영되는 점이, 한국 바이오벤처의 수익 다변화와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신약 기술 수출이 단기 실적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의 글로벌 위상 제고, 플랫폼 중심 시장 구조 재편의 계기가 될지 지켜보고 있다. 기술, 자본, 규제환경 간 조화로운 발전이 지속 성장의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