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신약 승인 1~2개월”…FDA, 국가우선바우처 첫 공개로 심사 혁신

정재원 기자
입력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심사 속도를 혁신적으로 단축할 ‘국가 우선 바우처(CNPV)’ 프로그램의 첫 수혜 대상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은 승인 심사 기간을 기존 10~12개월에서 1~2개월로 압축, 혁신 신약의 시장 진입 구조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조치를 미국 내 신속승인 패러다임 전환의 결정적 장치로 보고 있다. FDA는 6월 안내와 달리 화이트리스트 방식까지 동원, 자체적으로 선정폭을 확대하는 파격도 단행했다.

 

이번 국가 우선 바우처는 미국 국가적 보건 전략에 부합하면서 안전성·효능·품질 기준을 모두 충족한 의약품의 신속 검증을 목표로 도입된 제도다. 바우처를 활용하면 통상 1년 이상 걸리던 신약 심사가 단 1~2개월 수준으로 빨라진다. 동시에 FDA 심사 담당자와의 밀착 소통이 가능해진다. 제도 도입 1차 대상을 고지한 16일(현지시간), 선정된 9개사는 독일 EMD 세로노, 미국 리제네론, 프랑스 사노피 등 초국적 기업들이다.

승인 대상 의약품에는 불임 치료제 페르고베리스, 제1형 당뇨병 치료제 테플리주맙, 니코틴 베이핑 중독 치료제 시티시니클린, 난청 치료제 DB-OTO, 실명 치료제 세네게르민, 췌장암 치료제 RMC-6236, 포르피린증 치료제 비토페르틴, 그리고 온쇼어링 강화 목적으로 지정된 미국 내 제조용 케타민과 오그멘틴 XR의 2개 품목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적응증을 신규 확대한 기존의약품도 대상에 들어 실질적 파급력을 높였다.

 

특히 희귀 유전형 난청 치료를 위한 리제네론의 유전자 치료제 DB-OTO는 임상시험 중임에도 선정, 이르면 2025년 초 신속한 시장 출시가 점쳐진다. 해당 치료법은 기존 청력 손실 유전자 치료가 임상 끝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던 한계를 넘어설 잠재적 후보기로 꼽힌다. 생산 온쇼어링에 방점을 둔 케타민, 오그멘틴 XR도 미국 내 의약품 안정 생산기반 확대라는 산업·공급망 전략과 직결된다는 평가다.

 

신속 심사는 환자 접근 속도 개선과 비용 하락, 혁신 치료 경쟁구도 촉진 등 다각적인 효과가 예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르고베리스는 지금보다 낮은 약가로 미국 시장의 독점 구조를 바꿀 것”이라 밝혔다. 업계는 FDA가 원래 5개사에 한정될 전망과 달리 9곳을 탑다운 지정한 점을 주목한다. 한국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는 “지원 신청 외에도 적합 의약품을 선제 선정한 데 시장 신호가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 내 시범 도입이지만, 글로벌 제약기업의 임상·적응증 전략, 난치질환 치료 혁신, 국산 신약 준비기업에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심사 시스템은 곧 다양한 신약 적응증 경쟁, 생산시설의 현지화 트렌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바우처 제도 상시화 여부, 안정적 데이터 검증과 신속 심사 간 균형이 실제 시장 혁신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규제, 시장과 윤리의 동반 진화가 현대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패를 가르게 될 전망이다.

정재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fda#국가우선바우처#리제네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