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전 대본 이미 완성”…박찬욱 감독, WGA 제명 논란에 정면 해명
현지시각 기준 12일, 박찬욱 감독이 미국 작가조합(WGA)에서 제명된 사안과 관련해 “파업 규정을 위반한 적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HBO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의 대본 집필 시기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직후 소속사를 통해 전해졌다. 이번 해명은 한국과 미국 영화계의 교차점에서 불거진 크로스오버 협업과 노동 규범 충돌의 맥락에서 나왔다.
소속사 모호필름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과 공동 작가 돈 맥켈러는 2023년 5월 2일, WGA 파업(Writer’s Guild of America strike) 개시 전 이미 ‘동조자’의 대본 집필을 완료했다. 작품은 파업 당시에는 이미 후반 편집 단계에 있었던 만큼, 새 대본 집필이나 수정은 일절 없었다고 설명했다. 파업 기간에 HBO 측에서 설정 변경 요청이 있었으나, 이에 대해 “기존 촬영본을 활용한 편집회의만 논의했을 뿐, 어떠한 추가 집필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속사는 “실제 추가 집필은 파업 종료 후에야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의 제명은 WGA 심리위원회가 의도적 위반이 아닌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판단, 비공개 경고 권고만을 내렸으나, WGA 이사회가 특별한 설명 없이 이를 무시하고 제명 결정을 내리면서 이뤄졌다. 소속사는 “구체적 설명 없이 불이익이 내려진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항소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 대해 소속사는 “감독이 현재 신작 ‘어쩔 수가 없다’의 후반 작업에 집중하는와중 오랜 항소 절차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동료 작가와 창작자들을 깊이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연대 정신을 지키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해외 주요 매체들도 이번 제명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버라이어티 등은 “WGA 내부 절차와 글로벌 창작자 노동 규범의 적용 범위가 쟁점”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외 영화산업 내 창작자 권익 보호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할리우드 주요 협·단체와 글로벌 제작자 간 규정 적용의 명확성이 요구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국제사회와 업계는 박찬욱 감독 같은 글로벌 창작자에 대한 제재가 어디까지 실효성을 갖는지, 앞으로의 관례가 달라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의 실질적 이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