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TF 자금 600조 원 흡수”…월가, 역사상 최고치 경신→변동성장 속 투자 패러다임 흔드나
초여름이 닥쳐온 월가의 거리를 지나며, 투자자들의 발길에는 이례적 설렘이 번지고 있다. 뉴욕 증시에 올해만 4천3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00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이 미국 상장지수펀드로 흘렀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파도 위에서, 저비용, 대표지수 추종 상품에 이목이 쏠리며, 미국 ETF 시장은 역사상 유례없는 신기록을 새겼다.
암울했던 코로나19 후 유동성과 긴장감이 교차한 월스트리트. 하지만 오히려 폭풍 이후의 기운으로, ETF 유입액은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여름과 가을, 계절이 바뀔수록 그 흡입력은 더욱 강해질 조짐이다. 수수료가 높은 뮤추얼 펀드를 등진 투자자들이 물밀듯 ETF로 옮겨가는 가운데, 시장이 급변할수록 매수 흐름이 되레 강화되는 현상은 월가의 새로운 투자 시각을 보여준다.

베타파이의 토드 로젠블루스 리서치팀장은 "대규모 매도세에도 투자자들은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해석했다. 주식·채권형, 그리고 액티브 ETF까지 다양한 자금 유입이 동시에 나타났다. 미국 대표 자산운용사 뱅가드 그룹의 S&P500 추종 ETF 'VOO'에는 650억 달러가 밀려들며, 지난해 연간 유입 경신 기록의 두 배를 넘었다. 특히 S&P500 지수가 5년 만에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인 지난달에도, 'VOO'는 등록 이래 최대 매수세를 맞았다. 그렉 데이비스 뱅가드 그룹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불안기, 개인투자자 매수 비중이 매도 대비 5배까지 치솟았다"며 '오히려 투매 시점에 신규 진입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제일 많이 몰린 1위 ETF 뒤를 이어, 블랙록이 운용하는 만기 3개월 이내 국채 ETF에는 170억 달러가 유입됐다. 탄탄한 수익률, 시장 신뢰도는 채권형·주가 혼합펀드들에까지 온기를 퍼뜨렸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와 인베스코, JP모건 등 대형 운용사들이 내놓은 상위 10위권 펀드에도 주목됐다. 특히 배당·옵션전략, 성장주 ETF까지 투자 색채가 다양해지며, ETF 시장은 더 깊은 유동성의 바다로 성장하고 있다.
환율, 금리, 지정학—예측불허의 변수들이 교차하지만, 미국 ETF 시장의 사상 최대 자금 유입 행진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름, 가을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투자자의 시선은 한층 더 간절하게 월가와 주요 지수에 고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이 자산가격을 흔들어도, 사려 깊은 투자자들은 위기를 새로운 진입의 시간으로 삼고 있음을 강조했다. 머니게임의 표면 아래, ETF는 위기 때마다 거칠게 요동쳤으나 매번 더 넓은 강을 이뤘다. 글로벌 파이낸스 역사에 한 줄기 감동을 남길 이 흐름은, 올해 가을 또 한 번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