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발왕산서 눈물 고백”…무엇이든 물어보살 10인의 그림자→히말라야보다 깊은 아픔
풀잎을 밟는 엄홍길의 발끝에는 바람에 흔들리고 꺼지기를 반복한 지나온 세월이 겹쳐져 있었다.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320회에는 산악인 엄홍길이 야외에서 깊은 내면을 꺼내 보이며 시청자에게 잊지 못할 울림을 전했다. 낮고 묵직하게 깔리는 그의 목소리엔 각박해진 사회, 멀어진 배려의 그늘 아래 여전히 살아 있는 동행과 연대의 상처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엄홍길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발왕산 등산로에서 매번 숨이 차오르는 고갯길을 오르며, 힘겨운 순간마다 삶의 해답을 찾는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도전의 무게와 평화의 길 위에서, 그는 히말라야 16좌 완등자라는 화려한 수식어 이면에 10명의 동료를 떠나보낸 비통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내놓았다. 동료들의 부재에 대한 무거운 진심은 오히려 세상에 남은 자로서 더욱 견뎌야 했던 책임감과 사명으로 이어졌다.

히말라야 산 아래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를 기억하는 엄홍길은 오랜 생각 끝에 네팔에 무려 22개의 학교를 설립했고, 한 곳당 6억 원에서 8억 원에 달하는 노력을 쏟아부었다고 설명했다. 교육의 힘만이 진정한 변화를 만든다는 신념 아래, 학교가 완공될 때마다 아이들보다 자신이 더 큰 감동과 용기를 얻는다고 밝혔다.
이수근은 이런 모습에 “네팔 대선에 나가도 되실 분”이라며 유쾌하게 분위기를 띄웠고, 서장훈 역시 진심 어린 감탄을 표하는 등 스튜디오 안에도 깊은 존경이 잔잔히 흘렀다. 무엇보다 엄홍길은 모두가 한 걸음씩 서로를 돕는 사회로 변해가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내비쳤다.
평창의 바람, 숱한 상실을 품고도 계속 걸어가는 그의 담담한 발자국은 결국 시청자에게 삶의 무게와 사랑, 용서와 희망을 다시 질문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교정 너머 네팔의 하늘과 푸르른 능선은 오늘도 엄홍길의 용기와 온기, 그리고 산처럼 묵묵한 위로로 연결된다. 한편, 엄홍길이 잊지 못할 고백으로 깊은 울림을 전한 ‘무엇이든 물어보살’ 320회는 오늘 16일 밤 8시 30분, 평창의 야외 풍경과 함께 시청자를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