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이만기 진심”…골목마다 인생 꽃피다→서울 동작·관악에 새 숨결
푸릇하게 채색된 골목 끝에서 이만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동네의 시간은 한층 유연하게 흘렀다. 웃음이 번지는 요리사의 손끝, 빵 냄새 가득한 작은 가게,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 맺는 이발사의 조용한 노력이 담긴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의 길 위에는 조금씩 깊어진 인생의 무늬가 바람을 따라 퍼졌다. ‘동네 한 바퀴’는 눈부신 꽃길을 닮은 이웃들의 삶에 천천히 발을 디뎠다.
샤로수길 파요리집을 찾은 이만기는 진영 씨의 색다른 도전에 곁을 내줬다. 파 크림 수제비 등 신선한 요리는 익숙함을 깨고 새로움을 더했다. 한식의 전통을 사랑하지만 용기의 맛을 아는 진영 씨는, 남들이 걷지 않는 길 끝에서 요리사로서 환한 미소를 되찾는다.

골목 어귀 빵집에서 이만기는 건강을 지향하는 부부의 특별한 동행을 목격했다. 우찬 씨는 쌀가루로 부드러운 비건 쌀빵을 구워내고, 도희 씨는 학원가의 일상을 뒤로한 채 신념과 믿음을 반죽해낸다. 두 사람이 나누는 눈빛에는 작은 가게 안을 가득 채운 인생의 온기가 흐른다.
보라매공원에서 펼쳐진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도심 속 쉼표가 되며, 이만기와 시민들의 발걸음 위에 초록빛을 수놓았다. 111개의 정원과 푸드트럭, 작은 모임들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랜 위로와 힘을 전했다.
반려견 한복을 짓는 디자이너 민영 씨의 공방에서는 새로운 가족과 일상이 꽃을 피웠다. 고단한 세월과 소망 끝에 만난 반려견 초롬이, 그리고 마음을 담은 한 땀 한 땀이 공방의 공기를 부드럽게 적셨다.
도림천 수변에서는 차도와 주차장이 테라스와 공원으로 빛나며 주민들에게 새로운 피크닉 감성을 심어줬다. 신원시장의 먹거리와 달라진 동네 풍경 속, 이만기는 도심 한가운데 선물처럼 열린 공간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팥칼국숫집을 지키는 오양택 씨의 식당에는 정성이 골고루 녹아 있었다. 팥 껍질을 맨손으로 벗기고, 두 번 체로 내린 뒤 하나하나 새알심을 빚는다. 아들과 아내와 함께 지켜온 시간은 결국 팥칼국수 한 그릇의 깊은 맛으로 남았다.
노량진동 오래된 이발소에서 이만기는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이발사 최병철 씨를 만났다. 60여 년 함께한 손길, 재개발로 떠난 이웃 대신 정든 단골을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천천히 마무리하는 이발사의 하루가 담담하게 그려졌다.
도심을 바꾼 정원, 새로운 피크닉, 골목마다 번지는 따뜻한 인연이 어우러진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의 하루는 각자의 자리에서 꽃길을 만들어냈다. 이웃들의 땀과 정성이 그려낸 초록빛 인생길이 빛을 더한 ‘동네 한 바퀴’ 324회는 6월 14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KBS1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