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협력 요청”…이재명 대통령, 시정연설 전후 국회 지도부와 연쇄 만남
정치적 충돌이 이어진 재판중지법 논란 속 11월 4일 이재명 대통령과 국회 지도부가 연이어 만났다.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열린 환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호소했고, 연설 직후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잇따라 별도 회동을 진행하며 대화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9시 40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약 20분간 환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등 5부 요인도 동석했다. 반면, 제1야당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식 참석 대상이었음에도 불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가 변곡점에 놓여 있는 시기"라며 “국회와 정부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평가하면서 “성과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국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을 치르며 각국 정상들이 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며 "대한민국의 위상과 경제적 가능성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세계 질서가 혼란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때야말로 역량 있는 국가에게 기회가 온다"며 “작은 차이를 넘어서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국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국민의힘 불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화와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환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조희대 대법원장 등 주요 기관장에게 “많은 지원에 힘입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고, 조 대법원장은 “예, 예”라고 짧게 답했다. 민주당은 앞서 ‘조희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관련 대법원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점을 들어 조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연설 직후 우 의장과 약 30분 간 단독으로 만났다. 뒤이어 정청래 대표와 함께하는 3자 회동도 이어졌다. 정 대표는 회동 이후 “그냥 웃고 좋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APEC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덕담이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였다”고 언급했다.
사전 환담과 별도의 연쇄 회동은 최근 민주당이 추진한 재판중지법을 둘러싸고 당정 간 갈등이 불거진 이후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대화를 확대하면서 정국 갈등 완화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초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는 내년도 예산과 재판중지법 등 주요 현안을 앞두고 치열한 대치를 보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연이은 만남을 통해 국회의 초당적 기능과 대화·조정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정국은 여야 대립이 이어지나, 정치권은 향후 예산안 심의 및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