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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산의 고요, 협곡의 장관”…카자흐스탄 대자연 여행이 불러온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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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산의 고요, 협곡의 장관”…카자흐스탄 대자연 여행이 불러온 감탄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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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의 바람과 만년설의 산맥, 익숙하지 않아 더 크게 다가오는 자연. 요즘 카자흐스탄을 여행지는 물론 ‘잊을 수 없는 경험의 땅’이라 부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광활한 대지와 오랜 유목 문화, 여기에 실크로드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품은 이국적인 풍경이 마음을 다시 두드린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 알마티의 침불락 스키 리조트다. 여름이면 케이블카와 짧은 하이킹만으로도 톈산산맥이 선사하는 청량함을 마주할 수 있다. 빅 알마티 호수에선 계절 따라 물빛이 도는 에메랄드 호수가 숲과 설산을 배경 삼아 여행자의 시선을 끌어안는다. 한낮 피크닉에, 저녁 트레킹에, 이곳에서만 느끼는 투명한 시간들이 쌓인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하는 차른 캐니언은 SNS에서는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니언’ 인증샷으로 유명하다. 붉은 사암 기둥, 굽이치는 기암괴석 사이로 걷는 길에선 누구나 자연의 거대함 앞에서 평온을 찾는다고 표현했다. 카자흐스탄 특유의 낮고 넓은 하늘, 황량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풍광이 잊히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여행자도 있었다.

 

아스타나의 바이테렉 타워는 현대도시의 랜드마크다. 황금빛 구슬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360도 도시 전경이 펼쳐진다. 대자연과 어우러진 새로운 도시 감성에 “이토록 낯선데도 괜히 익숙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콜사이 호수와 카인디 호수에서는 색다른 체험이 기다린다. 특히 톈산산맥 계곡에 이어지는 세 개의 콜사이 호수는 하이킹, 보트 타기, 그리고 승마까지 취향대로 풍경을 즐기는 여행자를 위한 종합선물 같다. 가을이면 단풍과 호수빛이 뒤섞여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절정’이라는 평이 이어진다. 카인디 호수는 더 특별하다. 100년 전 산사태로 숲이 물 아래 잠기며 ‘수중 숲’이라는 독특한 광경이 완성됐다.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으로 침엽수림의 유령 같은 실루엣을 만난 이들은 “동화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라고 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여행사들의 카자흐스탄 노선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자연에 기대 잠시 멀어지고 싶은 마음, 미지(未知)에 대한 동경이 선택을 바꾼다”고 분석했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해외 여행지 대신, 조금 낯설고 험한 길을 찾는 흐름이 또렷해진 것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딱히 대단한 액티비티가 아니어도, 풍경 그 자체로 위안을 주는 곳”, “차마 손댈 수 없는 자연의 시간 앞에 겸손해진다” 같은 공감이 공존한다. 휴식과 발견, 그리고 새로운 감정의 자극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자연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의 광활함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아주 오래된 본능이나, 작은 평온을 되찾는 중일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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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침불락#카인디호수